[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깔렸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에 파기환송하면서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6.3 대선이 33일 남은 만큼 파기환송된 재판이 대선 전에 마무리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선 선거운동 내내 '사법 리스크'가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여 대권 행보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등을 중심으로는 '유죄 판결'과 같다 며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해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은 1일 오후 3시 대법정에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관 12인 중 10인이 이같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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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열린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2025.5.1./사진=연합뉴스 |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은 피고인이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사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이 이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백현동 발언은 국토부로부터 혁신도시법 43조 6항의 의무조항에 근거한 용도 지역 변경 압박을 받고 어쩔 수없이 용도지역 상향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돼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는 2021년 당시 대선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했다. 또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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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판결을 파기 환송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5.5.1./사진=연합뉴스 |
1심은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이 전 대표가 그와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이른바 '해외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은 '행위'가 아닌 '인식'에 관한 발언이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고 김 전 처장 관련 '골프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관련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 따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하면서 이 후보는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선거운동을 치르게 됐다.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들은 이 후보는 "글쎄,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인데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보고 입장을 내겠다"며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쿠데타이자 내란 행위", "명백한 선거 개입", "사법정의가 죽은 날"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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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법원의 전원합의체 선고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번 판결은 법원에 대한 신뢰를 일거에 무너뜨린 희대의 판결로 사법 역사에 길이길이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정의를 세워야 할 법원이 정치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등에서는 이 후보에 대한 사퇴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법원 판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판결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칙과 법리에 따른 판결이었다"며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책임지고 재판 지연으로 국민을 우롱한 데 대해 후보직에서 즉시 사퇴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나온 파기환송심에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서 떠오르는 '반(反)이재명 빅텐트'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저는 방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다"며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을 가겠다"고 대권 출마를 시사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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