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K-건설 랜드마크]태국 고속도·사우디 신항만…현대건설, 글로벌 인프라 강자 '우뚝'
[미디어펜=김준희 기자]“해보기나 했어?”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남긴 수많은 어록 중 하나다. 그가 지닌 불굴의 도전 정신과 개척 의지는 건설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지를 바탕으로 현대건설은 해외건설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하며 글로벌 건설사로서 기틀을 다졌다.
반백년 넘는 해외 진출 역사만큼이나 인상적인 건축물도 여럿 남겼다. 지난달 열린 ‘해외건설 1조 달러 수주 및 60주년 기념식’에서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 10대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이 중 현대건설은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등 무려 4개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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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사진=현대건설 |
◆ 해외건설 시장 개척 출발점…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1967년 현대건설이 착공한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 진출한 첫 사례이자 한국 기술로 수행한 최초의 국제규격 고속도로 공사다. 태국 남단 국경도시 파타니와 나라티왓 두 도시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1968년 2월 완공됐다.
첫 해외 현장인 만큼 현대건설의 공사 과정은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미국 설계업체가 제공한 시방서는 국내 기술자들에게 생소했다. 태국의 기후와 풍속, 현지 인력 관리 문제도 고충이었다. 현장 이동 시마다 고용 인력이 이탈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고 현대건설 측은 전한다.
현지 도난 사고 또한 빈번하게 발생했다. 중장비 부품이 사라지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현대건설은 마을 추장을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출국 절차가 엄격했던 시기로 200여명 인력을 현지로 파견하는 것 또한 국가적 과제로 여겨져 항공기 출발시간을 조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다독인 건 역시나 정주영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는 수업료가 따르는 법’이라며 귀국하는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러한 고충을 이겨낸 끝에 현대건설은 국제 시방서 적용, 아스콘 생산, 장비 운용 등 국제규격 고속도로 시공 역량을 본격적으로 갖추게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는 한국 건설사의 해외 진출을 연 출발점이자 현대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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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사진=현대건설 |
◆ ‘글로벌 건설사’ 도약 분기점…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현대건설이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에 조성한 주베일 산업항은 ‘20세기 최대의 역사’로 불리며 ‘중동 건설붐’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총 공사비 9억3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사업은 동부 유전지대 산업시설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1976년 예비공사를 시작으로 1977년 본공사에 착수했고 호안, 방파제, 안벽, 유조선 정박시설(OSTT) 등 총체적인 항만 인프라 구축으로 구성됐다.
특히 공사 성패 핵심으로 꼽히는 OSTT는 현대건설이 이전까지 시도한 적 없는 분야였으나 미국 브라운앤루트와 기술협력을 맺고 완벽하게 수행했다. 국내 울산 현대조선에서 제작한 400톤짜리 하부구조물(재킷) 89기를 무려 1만2000㎞ 떨어진 현장까지 해상 수송한 사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도전’으로 평가받는다.
정밀한 시공 기술 또한 주목받았다. 현대건설은 수심 30m 파도치는 바다에 400톤짜리 재킷을 한계 오차 5㎝ 내외로 정교하게 설치해 해외 엔지니어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러한 기술력은 이후 얀부 액화가스 해상터미널 등 후속 수주로 이어지며 해상구조물 건설 분야에서 현대건설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베일 산업항 프로젝트는 현대건설이 해상·육상 복합 인프라 구축 역량을 세계적으로 입증한 상징적인 사업이자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는 결정적 분기점이었다”며 “완공 이후 인근 지역 인프라 공사를 독점적으로 수주하며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등 경제적·전략적 가치 또한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 ‘불가능을 가능으로’…정주영 도전 정신 이어간다
이러한 역사적인 건축물과 함께 현대건설은 오늘날 전 세계 주요 지역에서 초대형 인프라 및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 건설사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현대건설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의지를 담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를 실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태국 고속도로, 주베일 산업항 등 현대건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연한 대응과 첨단 기술 투자를 통해 신뢰를 쌓아왔다”며 “앞으로도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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