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기성용(36)이 직접 FC서울을 떠나게 된 심경을 밝혔다. 포항 스틸러스로 간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FC서울 구단은 25일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영원한 캡틴 기성용과의 인연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면서 기성용과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 구단은 기성용이 올 시즌 팀 전력에서 제외되자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했고 구단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의 공식 발표 이후 기성용은 이날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한 경위를 설명하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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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기성용 인스타그램 캡처 |
기성용은 "얼마 전, (김기동)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다. 이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게 되어, 그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 하셨다"며 당초 은퇴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기성용의 마음을 바꾼 것은 가족과 주변 축구인들이었다. 그는 "그런데 가족들, 그리고 제가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다"면서 "혼란속에 며칠 냉정히 저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으며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사그러뜨리는 것이 참 괴롭고 힘들었다"는 심경을 덧붙였다.
혹시 자신이 욕심을 부리거나 이기적인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는 기성용은 "제 마음에만 집중해 봤을 때 ‘뛰고 싶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가장 제 솔직한 마음인 것 같다"며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기보단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포항으로 이적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다.
기성용은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선뜻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품어주신 박태하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포항행을 공식화했다.
그는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저에겐 참 힘든 시간이었다.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축구선수로서 남은 시간 모든 것 쏟아붓고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려 본다"고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끝으로 기성용은 "FC서울은 제 고향이다. 제 자존심이기도 하다. 저만큼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이 팀에 집착했고 이 곳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었고 참 사랑했다"고 서울이라는 팀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함께했던 동료들과 FC서울 팬들이 제 인생엔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했고 또 소중하다. 깊은 애정과 응원으로 늘 저를 일으켜 주었던 여러분들의 그 사랑은 늘 감동이었다. 저 또한 여러분들을 향한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리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가져가겠다"며 서울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서울 구단이 기성용과 결별을 공식 발표했고, 기성용이 직접 포항으로 이적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만큼 포항 구단은 조만간 기성용 영입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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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서울을 떠난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다고 직접 밝혔다. /사진=FC서울 SNS |
무척 공교롭게도 오는 29일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기성용의 포항 입단 절차가 그 전에 마무리된다면 전 소속팀과 현 소속팀의 맞대결로 '기성용 더비'가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적 절차에 시간이 걸리고, 서울 팬들의 현재 분위기를 감안할 때 기성용이 이날 포항 유니폼을 입고 서울을 상대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낮다.
한편 서울 팬들은 팀의 상징이자 레전드 기성용을 떠나보는 데 대해 서울 구단에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훈련장에 근조화환을 보내고 트럭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FC서울 공식 서포터스 수호신 측은 입장문을 내고 "기성용 선수 이적 상황 및 선수단 내 불화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가감 없이 투명하게 공개, 선수단 장악 문제 및 순위에 대한 감독의 입장 표명 발표를 구단에 공식 요청한다"면서 26일 오후 2시까지 구단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수호신 측은 "납득 가능한 선의 내용이 전달되지 않으면 이후의 행동은 FC서울 구단측에서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성용 이적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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