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지난달 11일 당내 최연소 의원으로 비대위원장에 깜짝 발탁된지 49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임기 내내 '당 개혁'을 외쳤지만 당내 주류 세력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당의 혁신 노력에 대해 "빵점"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직격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제안한 5대 개혁안에 대한 전당원 투표가 무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이 당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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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월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러면서 "당원 여론조사에서 찬성표가 더 나오게 되면 의원총회가 이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비칠까 봐 많은 분이 반대한 것 같다"며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친윤석열)계를 정면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당내 기득권 세력은) 와해될 것"이라며 "기득권 와해가 시대정신이다. 기득권을 유지한다고 해서 국민들께 사랑을 받거나 선택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기 지도부를 향해선 "새 당대표가 갖춰야 할 시대 정신은 전임 정부와 확실하게 단절할 의지가 있는지, 개혁을 확실하게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다"라며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계속해서 주장하는 이유는, 이 부분을 넘어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또다시 서로를 비난하면서 당이 분열의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저는 지금 저의 역할이 전당대회 출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마하지 않겠다"며 "개혁의 가치와 비전을 함께 폭넓게 고민하고 헌신과 희생으로 활동해 온 당직자와 당원분들의 힘을 모아 국민이 간절히 바라시는 보수재건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파동으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이 사임한 후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 의해 비대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수도권에 지역구(경기 포천·가평)를 둔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최연소 의원으로 윤석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했다. 또, 당이 대선 후보를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는데 반대하기도 했다.
대선 패배 직후엔 윤 전 대통령 탈당 반대 당론 무효화, 후보 교체 파문에 대한 당무감사 등 5대 개혁안을 내세우며 당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하지만 당내 주류 세력의 반발과 혁신위원회 구성을 두고 송언석 원내대표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개혁은 좌초됐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김용태 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에 대해선 당 내에서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무 감사를 통한 책임자 처벌 등의 개혁안은 당 내 갈등만 더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혁신위의 경우에도 새로운 지도부가 하는 게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퇴임기자회견에서 △협치를 위한 보수 재건의 길 △국민주권 실천의길 △따뜻하고 혁신적인 보수의 길 △국가 개혁에 필요한 도덕성 확립 △조화로운 헌법정신 추구 △세대통합 역사의식 확립 등 6대 개혁안을 제안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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