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발 관세 리스크 완화에 숨 고른는 전자업계
환적·원산지 규정에 따른 품목별 관세 적용은 변수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오는 8일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 종료를 앞두고 베트남과 미국 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전자 기업들의 대미 수출 리스크가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가전이 철강 파생 상품으로 분류됐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여전히 남아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베트남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 파생상품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을 기존 46%에서 20%로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기존 10% 관세보다는 높지만, 46%에 비하면 절반 이상 축소된 수치로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물량 절반 이상을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달 공개 예정인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플립7' 시리즈 역시 상당 부분 베트남 생산 기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는 마진 감소 리스크를 소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은 아이폰 완제품 90% 가량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어, 관세 리스크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만 두고 본다면 삼성이 다소 유리한 구조라는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LG전자 역시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냉장고 등 프리미엄 가전 제품을 생산해 북미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합의로 인한 관세 리스크 완화와 함께 멕시코 생산기지 등 리밸런싱 방식으로 공급 안정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 종료 직전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베트남산 제품은 당분간 상대적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른 생산기지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변수로 남아 있어, 국내 전자 기업들은 미국향 수출 비중과 생산기지 배분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단일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유연한 생산 구조를 확보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 기업들은 각국의 무역 협상을 지켜보는 한편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가전, 철강 파생상품...불확실성 높은 관세 리스크

다만 상호관세가 아닌 철강 파생 상품과 같은 품목별 관세 리스크는 여전하다. 미국은 지난달 4일부터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특히 가전 제품을 철강을 사용한 파생 제품으로 분류하면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세탁기에 철강이 10만 원이 들어간다면, 10만 원에 대한 철강 관세 50%를 매기고, 나머지 90만 원에 대해 상호관세를 적용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또 가전 제품에 사용한 철강이 중국산 철강판이 사용되고, 해당 제품이 미국 내 유사 품목 업체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할 시미 상무부가 별도의 조사를 거쳐 추가 관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은 앞서 한국을 포함한 50여 개국에 대해 상호관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최대 46%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또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도 이미 관세를 부과 중인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처럼 별도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밖에도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도 40%로 책정된 점도 불확실성을 높인다. 이 같은 환적 제품에 대한 관세는 베트남산으로 둔갑한 중국산을 거르겠다는 의도지만, 한국 가전 제품 역시 각종 부품을 조립해 완성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환적 상품으로 분류될 여지가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과 미국 간 협상 타결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향후 다른 생산거점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전반적인 수출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관세 대응에 주력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북미·동남아 이원화된 생산 체계가 자리잡힐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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