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 “한 곳이라도 더 깃발 꽂아야”
건설사간 땅따먹기 전쟁이 치열하다. 서울 한강변 등 주요지역의 알짜배기 도시정비사업지를 따낼 수만 있다면 건설사들은 상호 고소·고발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몇 년 뒤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인 데다 향후 랜드마크가 될 곳인 만큼 수주 경쟁에서 밀리면 건설업계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분별한 수주전이 결국은 건설사와 조합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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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는 개포우성7차 단지 출입구에서 삼성물산(왼쪽)과 대우건설 관계자들이 도열해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
◆지난해까지는 수의계약 대세→올해는 잇단 경쟁입찰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돌입했거나 계획 중이다. 우선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에서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지고 있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지구)에서는 GS건설을 비롯해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간 3파전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에는 성수4지구가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낸 송파구 송파한양2차 재건축 역시 경쟁입찰이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포스코이앤씨가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0일 정비사업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의 격돌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1월에는 한남4구역 재개발(삼성물산 수주), 6월에는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HDC현대산업개발)에서 경쟁입찰이 벌어졌다. 이처럼 올해 서울 정비사업에서는 경쟁입찰이 잇달아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인상과 건설경기 악화로 수의계약 또는 유찰이 반복돼 정비사업 조합들이 건설사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형 정비사업, 잇단 시공사 선정…건설사들 "놓칠 수 없다"
경쟁입찰이 성사되는 이유는 한강변이나 강남지역 등에서 향후 랜드마크가 될 단지들이기 때문이다.
개포우성7차의 경우 개포지구에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사업지다. 게다가 용적률이 157%로 낮아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성수1지구는 공사비가 약 2조4000억 원으로 지하 5층~최고 65층 높이 2571가구가 들어서는 대형 사업지다. 한강벨트 재개발 중 최대어로 강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업지로 꼽히고 있다.
송파한양2차 재건축은 총면적 6만2000여㎡에 지하 4층~지상 29층 1346가구를 조성하며 총 공사비는 약 6800억 원 규모다. 역시 한강변에 자리한 여의도 대교는 약 75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576가구를 최고 49층, 4개 동, 총 912가구로 재건축한다.
건설사들로서는 이들 사업지를 놓칠 수 없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랜드마크 단지를 얼마나 많이 수주하느냐에 따라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며 "때문에 건설사들로서는 이들 현장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일감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금 수주를 한다고 해도 당장 공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몇 년 뒤에는 착공 현장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사업지들이 잇달아 시공사를 선정하는 올해를 놓치면 향후에는 서울 대형사업지가 드물어질 수 있다"며 "미래에 손가락만 빨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열 경쟁으로 인한 저가수주 등은 건설사에 부담
경쟁입찰로 인해 수주전이 과열로 치닫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입찰도 하기 전에 건설사 간 고소전을 벌이는 상황까지 나왔다.
건설사로서는 수주전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다. 건설사들은 입찰 이후는 물론 입찰 전부터 홍보요원을 가동해 조합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든다. 입찰 이후에는 막대한 돈을 들여 홍보관을 마련한다. 공사를 따내지 못하면 매몰비용으로 처리되는만큼 출혈이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 등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경쟁사가 많은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난감해했다.
건설사들이 내거는 무리한 공약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조합에 LTV 100%를 초과하는 추가 이주비 대출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가 은행권보다 많은 대출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다. 이런 무리한 조건은 결국 건설사에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가수주도 문제다. 강남권 등 3.3㎡당 공사비가 최소 900만 원대를 훌쩍 넘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쟁수주가 벌어진 사업지들에서는 건설사들이 3.3㎡당 800만 원대를 약속하는 사례들이 목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당장이야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낮은 공사비를 내걸지만 결국 착공에 들어가면 공사비 인상은 필수"라며 "조합이 반발하면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결국 조합과 건설사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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