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국내 건설사들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면서 외환위기 시절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가 발생해 건설업계의 어깨는 더욱 처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건설업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건설사들이 국내외에 지은 랜드마크를 알아보면서 K-건설의 힘찬 부활을 응원해 본다. [편집자 주]
[K-건설 랜드마크]삼성물산 '부르즈 할리파', 기술로 쌓은 '국격'…새 역사 쓰다
"하늘을 찌르는 건물, 지상 최고의 자천루(刺天樓)"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를 가리키는 말이다. 높이 828m, 지상 최고의 자천루라 불리는 이 건축물은 국내 굴지의 1위 건설사,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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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즈 할리파 야간 전경./사진=삼성물산 |
부르즈 할리파는 아랍에미리트(UAE) 연방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중심에 서 있다. 한때 야자나무와 조개 채취로 생계를 잇던 두바이는 1960년대 석유 발견 이후 '사막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급격한 성장을 기록했다.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물이 바로 부르즈 할리파다. 혹자는 '하늘을 만지는 건물'이라는 뜻의 '마천루(摩天樓)'로 표현하기엔 부르즈 칼리파가 너무 높다며 '자천루(刺天樓)'라 부르기도 한다. '하늘을 찌르는 건물'이라는 의미다.
2010년 완공된 부르즈 할리파는 높이 828m, 총 163층, 연면적 약 50만㎡ 규모로, 사용된 철근은 지구 반 바퀴 거리인 2만5000km, 콘크리트 양은 36만㎡에 달한다.
부르즈 할리파는 단순한 초고층 빌딩이 아닌, 세계 건설 산업 역사상 가장 정밀하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설계는 미국 시카고의 SOM(스키드모어, 오윙스 & 메릴)이 맡았고, 삼성물산은 벨기에 베식스, 아랍에미리트의 아랍텍과 손잡고 착공 6년 만에 '초고층'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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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 초고층 빌딩./사진=삼성물산 |
◆ 최첨단 기술 '총망라'…세계 기록 줄줄이 경신
부르즈 할리파 공사가 시작된 2004년, 이와 같은 규모의 초고층 건물 시공은 세계 건설업계에서도 미개척 영역에 가까웠다. 특히 한국처럼 초고층 시공 경험이 많지 않았던 국가의 기업에게는 시공 기회조차 흔치 않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 전례 없는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시공 과정에서 수직 601.7m까지 콘크리트를 직접 압송하는 데 성공하면서, 기존 세계 기록(대만 타이베이 101, 445m) 경신에도 성공했다.
이는 초고층 펌핑 기술과 배관 설계 최적화, 콘크리트 배합 기술이 삼위일체로 작동한 결과다. 삼성물산은 당시 세계 최고 강도 수준(800kg/㎠)의 고강도 콘크리트를 적용, 조기 강도 확보와 수화열 제어까지 구현해냈다.
강풍, 고온, 지진 같은 환경을 견디기 위한 구조 설계도 정밀하게 조율됐다. 강도 7.0 수준의 내진 성능, 초속 40m 바람을 흩트리는 나선형 평면 설계, 지반 침하를 고려한 층간 단차 설계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로 각 층은 완공 시점을 고려해 2~4mm 높게 시공돼,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밀 시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보이지 않는 기술력'이었다. 삼성물산은 건물 수직도를 1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 측량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지상에서의 오차 1도가 800m 상공에서는 14m 차이를 보이는 만큼, 측량 정확도는 초고층 건물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
시공 방식에서도 혁신을 이뤘다. 삼성물산은 철근 선(先)조립 공법을 도입해 지상에서 기둥, 옹벽 철근을 미리 조립한 후 타워크레인으로 올려 설치함으로써, 층당 3일 공정이라는 초고속 시공을 실현했다. CORE WALL 형틀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타설 후 형틀을 유압잭으로 바로 상승시켜 연속 타설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6년에 걸친 시공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루 1만2000명 이상, 누적 9200만 인시(人時)에 이르는 인력이 투입됐지만, 중대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40개국 출신의 다국적 인력을 통솔한 것은 단 34명의 삼성물산 기술진이었다. 대규모 인력 관리와 품질 통제를 동시에 수행한 이들의 역량은, 오늘날까지도 글로벌 건설업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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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즈 할리파 전경./사진=삼성물산 |
◆ 기술, 그 이상의 상징…부르즈 할리파가 남긴 것
부르즈 할리파는 상징성을 넘어 국가의 위상을 끌어올린 사례로도 평가된다. 개장 직전까지 '부르즈 두바이'라 불리던 이 건물은, UAE 대통령의 이름을 따 '부르즈 할리파'로 변경됐다. 공식적인 명명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대한 프로젝트에는 위대한 이름이 붙어야 한다"는 두바이 지도자의 연설이 그 의미를 대변했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부르즈 할리파는 기술 발전의 전환점"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건물은 단 한 채로 다수의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계 최고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최다 층수 △최고속 엘리베이터 △최장 타워크레인 와이어 △가장 긴 호이스트 거리 등 건축의 한계를 재정의했다.
삼성물산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초고층 건설 기술의 최전선에 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세계 2위 높이의 건물인 '메르데카 118(679m)'을 성공적으로 시공하며, 두 채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직접 시공한 국내 유일의 건설사란 영광을 안았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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