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서울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위기다. 시공사 선정 무산과 조합 집행부 공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단독입찰을 거부하는 동시에 대의원회까지 무력화되면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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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배신삼호 아파트 전경./사진=HDC현대산업개발 |
2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방배신삼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6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수의계약을 통해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을 투표했다. 투표 결과 조합원 410명 중 228명이 반대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업계에서는 방배신삼호 조합원들이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앞서 방배신삼호 재건축은 2차례에 걸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HDC현산 홀로 응찰해 무산됐다. 결국 조합은 HDC현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 수의계약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HDC현산은 단독 입찰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수주에서도 보기 어려운 제안을 건넸다. 3.3㎡당 공사비 876만 원, 100% 이주비 대출, CD+0.1% 고정금리 사업비 조달, 2000억 사업촉진비 등이다.
특히 공사비는 방배신삼호가 강남권역임을 고려했을 때 이보다 낮은 수준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3㎡당 842만7000원이다. 최근 강남3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들의 공사비가 3.3㎡당 900만 원 이상임을 고려하면 HDC현산이 방배신삼호에 제안한 공사비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사업비 조달 금리인 CD+0.1% 역시 상당히 저렴하다. 이는 HDC현산이 최근 수주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에 내놓은 조건과 같다. 1조짜리 사업과 동등한 조건을 제시할 정도로 HDC현산이 방배신삼호 수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안설계 변경 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용역비를 시공사가 전액 부담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 수주를 한다고 해도 이 정도 조건을 얻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방배신삼호 재건축 조합원들은 HDC현산의 선물 보따리를 거부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은 타 건설사의 참여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HDC현산에 대한 거부를 주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선정 무산으로 재건축의 향방이 알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이미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해임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은 무엇보다 빠른 진행이 관건"이라며 "사업이 늦어질 수록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배신삼호가 ‘정비구역 일몰제’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우려도 제기된다. 방배신삼호는 지난 2022년 일몰제 유예를 받은 바 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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