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부진 딛고 반등 예고...AI·2나노·갤럭시 신작 견인차
'뉴 삼성' 구상 본궤도…이재용표 기술 생태계 구축 속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등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갤럭시 Z 시리즈 신작 출시 효과와 함께, 테슬라의 2나노 파운드리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 확보에 가속이 붙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과 차세대 메모리 제품군 강화도 하반기 실적 개선의 주요 동력으로 지목된다.

   
▲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전경. /사진=미디어펜DB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으로 74조 원, 영업이익은 4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0.67%, 55.23%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진이 이어지며 전사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DS부문의 영업이익은  메모리 사업의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파운드리의 대중 제재 영향으로, 시장 전망치 1조 원에 못 미치는 4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모바일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완성제품(DX) 사업 부문은 갤럭시 S 신작 효과가 일시적으로 소강 국면에 들어서면서 매출이 16% 감소한 43조6000억 원, 영업이익은 3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TV 시장 경쟁 심화와 환율 하락도 수익성에 부담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와 퀀텀닷(QD) OLED 모니터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 6조4000억 원,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달성했다. 하만은 오디오와 전장 사업의 비용 효율화로 매출 3조8000억 원, 영업이익 5000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여전히 아픈 손가락 DS부문, 하반기 전사 역량 집중

삼성전자는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AI·로봇 산업 성장세를 기반으로 IT 시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실적은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며 "AI와 로봇 산업 중심의 수요 확대가 IT 시황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도 이번 실적을 저점으로 하반기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우세하다.

먼저 DS 부문은 HBM, DDR5, LPDDR5X, GDDR7 등 AI 서버향 메모리 공급을 확대한다. 파운드리는 테슬라 2나노 수주를 발판으로 GAA 2나노 공정 양산과 주요 고객사 확보를 통해 가동률과 수익성을 높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로부터 확보한 165억 달러(한화 22조8000억 원) 규모의 2나노 파운드리를 수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정 경쟁력을 입증한 계기로, 이를 기점으로 향후 대형 고객 추가 수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을 처음부터 모든 고객에게 적용하지 않고, 테슬라 같은 핵심 고객을 대상으로 먼저 양산해 수율과 성능을 안정화한 뒤, 공정에 필요한 설계 자산(IP)이 확보되면 다양한 고객사로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이 선단 공정 중심으로 안정적인 가동 궤도에 오르면서 매출과 이익이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미국 내 다양한 고객사로부터 첨단 반도체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테일러에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해당 라인은 2026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비 투자는 올해는 기존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하되,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 현재 HBM3E에 대한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증)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시장 공급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까지 전체 HBM 판매 수량 중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이며, 하반기에는 9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4는 10나노급 6세대(1c) 대량 양산 승인에 따라 개발을 완료하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으며, 내년 수요에 맞춰 적기 공급을 준비 중"이라며 "1c 케파(생산능력) 확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적층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솔더 방식 대신 구리-구리 접합으로 칩을 연결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속도와 전력 효율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해당 주요 고객사와 양산을 고려한 기술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 더현대 서울에 오픈한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갤럭시 Z 폴드7'의 초슬림 두께를 체험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 갤럭시 비롯한 AI 생태계 강화에도 '방점'

DX 부문도 반등 채비를 마쳤다. 삼성은 갤럭시 플립7·폴드7과 내년 S26 라인업을 중심으로 AI 통합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확장현실(XR) 헤드셋과 두 번 접히는 트라이폴드 스마트폰 등 신제품도 연내 선보인다. 영상디스플레이(VD)는 AI TV, 생활가전은 AI 가전과 냉난방공조 중심의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노경래 VD사업본부 부사장은 하반기 TV 시장에 대해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환율 하락 우려로 전년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다만 고부가 제품군 시장인 QLED 및 OLED 및 초대형 TV 성장 트렌드는 지속할 것으로 본다. 당사는 AI 기능 강화 등 시청 경험을 향상 시키고, 판매 경쟁력을 강화한 신모델 라인업을 기반으로 하반기 매출 성장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신작인 갤럭시 Z 플립7·폴드7는 전작 대비 두께와 무게를 줄이고 AI 통합을 강화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초기 판매 목표는 달성했으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하반기에도 예약판매 때와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만은 오디오·전장 매출 확대를 이어가고,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와 대형 QD-OLED 판매 확대를 가속화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트럼프 관세 이슈에 대해서는 "한·미 간 합의된 관세 조치에 따라 반도체와 반도체 관련 제품,  스마트폰, PC 등 완제품에 대한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며 "그간 미 상무부의 조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소통해왔다"고 했다. 이어 "8월 중순 예상되는 미 상무부 발표를 기다리며 양국간 추가 협상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이 같은 소통을 지속하며 비지니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9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재용 행보=삼성의 방향…'뉴 삼성' 중장기 구상 본궤도

이 같은 하반기 삼성의 전략은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반도체-AI 스마트폰-AI 가전'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전략과 더불어 패키징 기술의 혁신, 글로벌 고객사와의 긴밀한 기술 협력은 단순한 실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하는 '뉴 삼성'은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을 넘어, 미래 생태계를 선도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단기 실적 회복보다 확실한 미래 먹거리 확보가 우선이라는 이 회장의 판단이 깔려 있기도 하다. 

테슬라와의 2나노 파운드리 수주, 미국 출장 등 이 회장은 굵직한 대외 행보를 통해 전략사업에 전면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지난 29일 극비리에 진행된 미국 출장에서는 실리콘밸리 빅테크와의 물밑 접촉, AI 반도체 수요 확산에 대한 정보 교류, 그리고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진척 상황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테슬라 수주는 단순한 계약을 넘어 이 회장이 직접 구축한 'GAA 동맹'의 신호탄"이라며 "AI 생태계의 공급망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GAA는 기존 FinFET(핀펫) 공정의 후속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차세대 트
랜지스터 구조를 말한다.

이 회장의 리더십이 복원되면서 삼성의 방향성이 '기술 기반의 생태계 창출'로 명확히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특히 2분기 실적 저점 이후 반등은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는 전주곡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삼성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고객-기술-제품-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하려 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그 구상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AI 기반 미래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 같은 리더십과 혁신이 지속돼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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