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공급 정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봉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공공택지 조성뿐만 아니라 개발까지 주택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수도권에 많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LH의 능력, 개혁, 예산 등 여러 이슈와 이어지다 보니 가능하겠느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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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사옥 전경./사진=LH |
◆'시행' 능력 강화해야 하는 LH, 조직 더 커지나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핵심은 2030년까지 서울 포함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H의 직접 시행'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LH가 직접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가 집값 안정보다 땅장사로 비친다"고 지적했던 만큼 예상됐던 방안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하고 빠르게 주택공급을 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공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다만 LH가 토지 조성부터 시공, 분양까지 모두 맡을 능력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 직접 시행에 대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직접 시행이 만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직접 시행을 위해서는 LH의 역량 강화가 필수라는 뜻이다. 이은형 위원은 "시행이라고 하더라도 턴키방식으로 100% 외주처리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LH가 현장에서 일부 PM(건설사업관리) 역할을 한다는 것인지에 따라, LH에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결국 관련 부서 신설과 인력 보강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지적됐던 'LH 비대화 해결'은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진 원인으로 LH가 토지 취득·개발·비축·공급·도시 개발 및 정비·주택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H의 각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LH 개혁위원회가 어떠한 해결책을 들고나올지 눈길이 쏠린다. 지난달 28일 출범한 개혁위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과 민간 위원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삼고 LH 개혁 방안 마련에 나섰다. 다만 주택공급은 한시가 바쁜데 LH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빠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전 정부가 선임한 이한준 사장은 지난달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아직까지 국토부가 사표를 공식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율 218% LH, 토지매각 않고 임대주택 공급은 무슨 돈으로?
LH가 토지매각 없이 직접 시행을 한다면 앞으로 임대주택 공급 등 주택 복지는 어떤 자원으로 할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LH는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해 출범했다. 이후 택지 매각이익으로 임대주택 적자를 보전하는 교차보전 체계를 이어왔다.
이런 구조로 인해 LH의 부채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218%이며 부채규모는 160조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 200%가 넘으면서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다. 오는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까지 낮춰야 하는데 공공임대주택 적자만 2조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시행은 지금껏 이어왔던 교차보전 체계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택지 매각이익으로 공사비를 마련하게 될 경우 초기 택지개발비는 어떻게 조달하며 더 늘어나게 될 임대주택 적자는 어떻게 해결할 것 인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공급대책의 성패도 여기에 달렸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당장 토지매입비 해결을 위해서라도 LH가 자체예산을 투입하거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교차보전 체계 폐지로 인한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상경 차관은 이날 대책 발표 후 브리핑에서 "발생하는 LH가 직접 시행에 따른 부담은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필요한 경우에 정부 자금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만 답했다.
LH가 발표한 2025년 사채원부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LH가 발행한 채권은 약 45조 원에 달한다. 자금조달 또는 용지보상을 위해 빌린 돈으로 지난해 말 LH 총자산 규모인 223조6525억 원의 20%, 총 부채의 28%에 달한다. 짧게는 이달, 길게는 2055년까지 차례대로 갚아야 한다. 직접 시행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한다면 자칫 재정에 부담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채권 발행을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중요한데 부채비율 200%가 넘는 열악한 재무구조 상황에서도 LH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다. 정부가 뒷배로 있기 때문이다. 결국 LH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직접 시행이든 임대주택 공급이든 쉽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정권에 따라 LH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역대 정부에서 부동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LH를 '전가의 보도'처럼 써 왔기 때문이다. 이로 따라 LH의 재정부담은 커졌다. 그럼에도 LH가 부실하다며 압박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LH의 쇄신을 외치면서도 전세사기 주택 매입을 맡기는 등 필요할 때마다 LH를 끌어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의 부채 증가는 국토부 등 정부 탓도 크다"며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LH를 내세우는 건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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