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출석 논란 이후 총무비서관에서 부속실장으로 전격 보직 이동
이재명 대통령과 30년 지기 최측근..."전쟁입니다" 문자 보낸 주인공
"부속실장, 대통령 일정 챙기는 자리...위상, 예전보다 더 올라간 것"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김현지'라는 이름 석자가 정치권을 강타했다. 대통령실이 국회 국정감사 출석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만에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을 변경하면서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이자 “그림자 실세의 위상 강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는 지난 9월 2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총무비서관의 국감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거칠게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왜 대통령실 핵심 인사만 빠졌느냐”며 공세를 퍼부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비서실장 출석으로 충분하다”고 방어에 나섰다. 결국 안건은 처리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9월 27일 대통령실은 김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인사이동을 시켰다. 표면적으로는 조직 개편에 따른 인사지만 국감 논란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단행된 인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국감 불출석을 위한 꼼수”라고 공세를 폈다. 여권 내부에서도 “책임 분산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0.2./사진=연합뉴스


김 총무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과 3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한 최측근이다. 이 대통령의 시민운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성남시청·경기도청·국회의원실을 거쳐 현재 대통령실까지 함께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성남라인’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김 총무비서관은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인물로 평가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먼저, 정확히 아는 참모”라는 말이 나온다. 

김현지라는 이름이 처음 대중의 눈에 띈 건 2022년 9월 1일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보좌관이였던 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은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그날은 검찰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백현동·대장동 관련 허위사실 공표 의혹) 사건으로 소환을 통보한 날이었다. 당시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검찰이 소환 요구를 하자, 김 총무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냈고, 그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며 단숨에 정치권의 화제가 됐다.

그 한 줄의 메시지는 김 총무비서관을 여야 모두에게 ‘숨은 실세’이자 ‘이재명의 최측근’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하지만 이후 그는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등의 공식 프로필조차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에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김 총무비서관의 학력 및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그가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를 나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최근 산림청장으로 임명된 김인호 전 신구대 교수가 그의 ‘은사’라며 김 실장이 이 산림청장 인선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신구대를 졸업한 바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총무비서관에 대한 이번 보직 변경이 단순한 대통령실의 인사 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무비서관이 예산과 인사를 관리하는 행정적 역할이라면,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하루’를 직접 관리한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는, 말 그대로 ‘권력의 맨 안쪽’인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김현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총무비서관의 보직 이동을 두고 “부속실장은 대통령 일정을 직접 챙기는 자리로 부속실은 대통령의 하루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곳”이라며 ”그만큼 이 대통령이 김 전 총무비서관을 신임한다는 뜻이고, 그의 위상이 예전보다 더 올라간 것으로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있는 곳엔 항상 김현지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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