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 폐기물로 인해 건강 악화 주장
시멘트 속 폐기물 사용량 증가, 정확한 안전성 확인 없어
폐기물 사용량 늘리는 시도에 시민단체들 강력히 반발 중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시멘트에 담긴 폐기물 혼합비율을 공개하게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 폐기물이 아파트 건설 등에 사용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은 각종 암이 발생하는 등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본 시민단체 등은 시멘트 제조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폐기물 혼합비율 공개는 물론 오염물질 기준 강화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 정부 부처는 이들의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되려 시멘트 회사들은 폐기물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폐기물 시멘트의 실상과 위험성을 살펴보고 이런 중대한 사안을 외면하는 정부의 속사정도 파헤쳐 봤다.<편집자주> 

   
▲ 시멘트 공장 전경./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악취에 시달리는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 암 환자도 속출

"매일 악취와 먼지, 소음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러다가 갑상샘암이 발병했고, 최근에는 폐에 염증이 생긴 게 엑스레이로 찍혔어요."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에 거주하는 A씨는 "이곳이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나를 비롯한 주민들이 건강 악화로 고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우리 마을에도 폐질환과 암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다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멘트 공장 때문에 인근 주민들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한반도면을 비롯한 영월군과 인근 충북 제천시, 단양군에는 시멘트 원료인 석회암이 풍부하다. 이렇다 보니 이들 지역 반경 13㎞ 내에 6개 시멘트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면의 경우 석회암을 캐기 위해 인근 산을 폭약으로 무너트리는 발파 작업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거의 매일 정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진동으로 인해 살고 있는 주택에 손상이 가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멘트 생성 시 발생하는 먼지로 인해 공기오염도 우려한다. 이상학 맑은하늘푸른제천시민모임 대표는 스모그와 함께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가 보이는 제천시 사진을 보여주며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실태 조사를 외면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 시멘트 공장 인근 도로에 뿌려진 검은색 물질./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공장 인근 악취 문제도 심각하다. 시멘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소성로라고 하는 고온 가열장치를 사용한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각종 폐기물을 소성로의 연료로 활용 중이다. 

더불어 시멘트의 부자재로도 쓰인다. 폐타이어부터 재생유, 하수찌꺼기인 오니 등은 물론 최근에는 반도체 공장 슬러지도 포함되고 있다.

실제로 시멘트 공장 인근에는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고 하수구 냄새도 심했다. 공장 입구 근처 도로에서는 검은색 물질이 떨어져 있었다. 시멘트 원료로 쓰이는 오니 또는 슬러지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태우는데 유해물질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냐"라며 "시멘트를 만들 때도 오염물질이 발생할 터인데 폐기물로 만든 시멘트가 과연 건강에 괜찮겠냐"고 우려했다.

◆폐기물 혼합비율 증가하는데 발암물질 기준 '느슨' 

국내 시멘트업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매 분기 시멘트의 폐기물 혼합비율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5일 확인된 3분기 혼합비율을 보면 7개 회사의 시멘트 공장 9곳에서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 폐기물은 적게는 18.30%, 많게는 32.67%로 평균 24.34%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보다 3%가량 더 늘어났다. 

시멘트 한 포대에 4분의 1이 폐기물로 채워지는 셈이다. 시멘트 업계가 롤모델로 삼는 독일에서는 2023년 2300만 톤의 시멘트에서 400만 톤의 폐기물이 더해져 고작 14%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시멘트의 폐기물 혼합비율이 높다는 지적이다. 

폐기물 사용량도 2분기 206만 톤에서 3분기 210만 톤으로 늘었다.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분기에 비해 시멘트 생산량은 19%(153만 톤) 이상 줄었음에도, 폐기물 혼합비율이 30%가 넘는 업체가 나타날 정도로 폐기물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의 양과 종류는 갈수록 늘어가는데 정작 이렇게 만들어진 시멘트가 얼마나 안전한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 국내 시멘트 제품 내 6가크롬 평균 농도./자료=국립환경과학원

그나마 6가크롬에 대해서는 2023년 11월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시멘트 제품의 Cr(VI) 관리체계 선진화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6가크롬은 폐암, 비강 및 부비동암을 유발하는 위험한 발암물질이다. 주로 호흡기관을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6가크롬 화합물을 인간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확실한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6가크롬을 유독물로 지정해 관리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 생산한 시멘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내 시멘트 공장은 국내 시험법 기준 최고 16.2㎎/㎏, 평균 9㎎/㎏ 이상을 기록했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국내 관리 기준이 20㎎/㎏인 점을 들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시험법으로 유럽 시멘트의 6가크롬을 분석한 결과 평균 5.48㎎/㎏으로 국내 시멘트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6가크롬에 대한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더 풀자는 시멘트 업계…반발하는 시민단체

시민단체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시멘트 회사들이 폐기물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염화물과 별열량 기준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멘트 업계는 현재 시멘트 및 콘크리트 염화물 함유 총량 기준인 0.30㎏/㎡을 낮추고 발열량 기준도 현재 4500㎉에서 3500㎉로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될 때 더 많은 폐기물이 시멘트 제조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지난 7월 정부서울종합청사에 자리한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주택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태민기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성명서를 통해 "온갖 종류의 폐기물이 더 사용된다면 질소산홤루 등 대기오염 물질은 더 많이 배출될 것"이라며 "염소를 포함한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시멘트에 녹아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히려 염화물과 발열량 기준을 더 강화하는 건 물론 유해물질 배출 최소화를 위해 시멘트 회사들의 폐기물 사용실태를 더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위험할 수 있는 폐기물 시멘트를 사용해 아파트를 만든다면 새집 증후군 등 입주민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시멘트 등급제를 도입하는 한편 시멘트 회사들이 폐기물 사용 비율 공개 및 사용처를 구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 혼합비율만 공개될 뿐 나머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택건설사업자에게 폐기물 사용 시멘트의 정보공개 의무를 부여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반대로 인해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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