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시멘트에 담긴 폐기물 혼합비율을 공개하게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 폐기물이 아파트 건설 등에 사용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은 각종 암이 발생하는 등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본 시민단체 등은 시멘트 제조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폐기물 혼합비율 공개는 물론 오염물질 기준 강화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관련 정부 부처는 이들의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되려 시멘트 회사들은 폐기물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폐기물 시멘트의 실상과 위험성을 살펴보고 이런 중대한 사안을 외면하는 정부의 속사정도 파헤쳐 봤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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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멘트범대위가 국토부의 주택법 개정 반대의견에 대한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조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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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발치는 폐기물 시멘트 공개 의견...국토부 ‘반대’ 이유는?
시멘트의 폐기물 혼합비율 공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멘트 제조사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어떤 제조사의 시멘트를 얼마만큼 써서 주택을 지었는지 알 수 없어 주민 안전과 건강권,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건설사도 이를 공개토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는 정보공개의 형평성이 어긋나며, 행정 부담 및 비용 증가,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우선 건물 시공 과정에서 시멘트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재가 혼합돼 쓰이는데 시멘트만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중금속 등 유해 물질 함유 여부는 이미 환경부가 관리하고 있어 건설사까지 규제하는 건 행정 부담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폐기물 사용 시멘트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관련 법령에서 강화하고, 기준을 충족한 시멘트만 사용하도록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시멘트 업계 규제 외에 건설사 추가 규제는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다.
실제로 국토부는 규제의 정당성은 이해하지만 지침 개정이나 KS 인증제도 도입, 관련 정보공개 등을 통해 법 개정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정확한 시기는 내부 계획에 따라 정해지기에, 밝히기 힘든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역시 공사비 상승. 분양가 인상. 소비자 불신 조장 등을 이유로 들며 국토부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현행 폐기물관리법과 중복되는 규제로 과도한 행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정보를 실질적으로 보유하지 않는 주택건설사업자에게 사용검사 전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통상적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말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7%를 차지하는 탄소집약도가 높은 산업으로 전세계가 산업 내 탄소배출 저감 노력 중”이라며 “불신에 따른 폐기물 시멘트 수요 감소는 탄소중립 실현에 부침을 겪을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남화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시멘트에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중금속 함량 등 성분 정보를 알 수 없으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할지 여부를 국민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환경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높여, 불필요한 불안과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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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축 아파트들의 폐기물 시멘트 혼합비율이 공개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정보공개 시 사회에 미칠 파장 vs 친환경아파트 경쟁력 확보
국토부가 주택법 개정안 통과에 찬성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업계와 시멘트 업계는 해당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다양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한다. 대표적으로 폐기물의 종류, 원산지, 성분 등 세부 정보를 제조사 단계에서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현장 단위까지 확대될 때 정보 수집·검증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정보공개 의무화가 사업성 저하 및 주택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불필요한 불신에 따른 폐기물 시멘트 사용 감소는 시멘트 생산비용 및 건설 원가율을 높여 공사비용·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시멘트 정보가 공유 지연되거나 부정확할 경우 사용검사 등 인허가 절차 지연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시멘트 문제는 단순한 건축자재 논쟁이 아닌 자원순환과 환경안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다만 정보공개, 국민 알권리 등을 무리하게 앞세워 기업을 억압하게 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범대위 역시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에 대한 폐기물 정보를 유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소급 효과’가 적용이 되지 않음에 따라 이전에 지은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기물 시멘트 혼합 비율을 공개함으로써 향후 지어질 아파트의 친환경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구성되는 조합은 사전에 건설사와 협약하는데 이 과정에서 폐기물 시멘트 비율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건설사는 친환경 아파트라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국민들은 안전한 아파트에서 지낼 수 있어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이 범대위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아파트 공사 현장 입구에 입주민을 대상으로 ‘우리 아파트가 사용하는 시멘트는 무엇이다’라는 것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건설사가 친환경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범대위를 출범하며,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고 폐기물 시멘트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왔다”며 “이제는 시민이 폐기물 사용량을 직접 확인하고 시멘트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보 공개를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이미 시멘트 제조사 단계에서 폐기물 사용 정보가 공개되고 있으며, 중금속 등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고 있기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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