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소장파-친한계, ‘윤석열 비상 계엄 1주년 사과’ 놓고 연일 입씨름
소장파 안철수 "계엄 사과드린다"...양향자 "우리당 모두의 잘못이고 책임"
장동혁 "과거 벗어나는 것 자체가 과거 머무르는 것"...당내 사과 요구 일축
당무감사위원회, 한동훈 '당원게시판' 조사 착수...친한계 반발 등 내분 격화
[미디어펜=이희연 기자]12·3 비상계엄 1주년을 이틀 앞둔 국민의힘이 '계엄 사과' 문제를 두고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의 '내란 프레임'에 말려들면 안된다는 당권파와 계엄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소장파 및 친한계(친한동훈계)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다. 

아울러, 당 당무감사위원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의혹' 조사에 착수하면서 친한계가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등 내홍의 불씨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과 관련해 지난 29일 장외집에서 "12·3 비상계엄이 국민께 큰 고통과 불안을 안겼고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다"고 책임을 여당에 돌렸다. 

장 대표는 1일 열린 마지막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도 계엄 사과와 관련해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라며 "저들이 만든 운동장에서 싸우면 안 된다고 소리치는 것 자체가 저들이 만드는 운동장에 갇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사과에 나설 뜻이 없어보인다"며 "당 지지율도 오르고 있고, 계속 대여투쟁 기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2·3 계엄 1년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 지도부 차원의 분명한 계엄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당내 소장파는 하나둘씩 나서 개별적으로 계엄 사과 메시지를 내고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며 "우리는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했다. 우리당 모두의 잘못이고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당 지도부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방송사들의 중계 부스가 설치되고 있다. 2025.12.1./사진=연합뉴스

당내 소장파로 불리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비상계엄 1주 년을 앞두고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 1년, 이제 국민의 삶을 말하는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친한계가 공개 반발하면서 당내 갈등의 불씨는 커지고 있다. 

친한계로 불리는 우재준 최고위원은 "필요성을 공감하기 힘든 당무감사와 징계를 통해 당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당무감사위 결정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극우 성향 강성 당원들에게 한 전 대표와 저를 먹잇감으로 던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계엄 사과를 두고 우리끼리 사분오열 흩어져 싸우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며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갈등이 이어질까 걱정이다. 계파갈등 계파갈등 얘기하는데 이정도면 사실상 분당 수준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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