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민주주의 더 나빠져...대통령, 자기 유죄판결을 막으려 사법부 겁박
"과거의 잘못된 사슬 과감하게 끊어내야...반성할 용기만이 전진 가능하게 해"
[미디어펜=이희연 기자]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당시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쪽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을 막은 건 피땀으로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과 이를 삶에서 녹여내고 실천해 온 국민들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날 밤 우리 국민의힘은 바로 저 좁은 문을 통해 어렵사리 국회로 들어가 계엄을 해제하는 데 앞장섰다"며 "그날 밤, 우리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결단과 행동은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일지라도 앞장서서 막고 단호하게 국민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음을 기억해 달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열린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5.12.3./사진=연합뉴스


이어 "(당시) 민주당의 폭거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헌법 정신을 저버리고 오직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저열한 정치 논리로 22번의 탄핵과 함께 국정을 마비 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판결이 줄줄이 예정돼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우리가 버텨내기만 하면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비상계엄은 모든 것을 망쳤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이 나라 국민께서 지켜낸 민주주의가 온전하게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실 더 나빠졌다"며 "대통령은 자기 유죄 판결을 막으려 사법부를 겁박하고 검찰을 폐지하고 있다. 헌법 존중 TF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10·15 주거 제한 조치로 자기 의지대로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려는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는 "이제 퇴행이 아니라 미래로 가자. 과거의 잘못된 사슬들을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성찰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반성할 용기만이 그 전진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3./사진=연합뉴스


그는 '당에서 사과라고 보기 어려운 메시지가 나왔다'는 지적에 "사과 받을 분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민주당은 이 상황을 만들어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국민들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엔 "저는 국민의힘 정치인이고, 국민의힘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민의 도구와 힘이 되기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 사람"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당 당무감사위원회가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선 "미래로 가야 할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퇴행이 아니라 미래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한 전 대표 기자회견 현장에는 친한동훈계 송석준·배현진·고동진·박정훈·정성국·정연욱·진종오·안상훈 의원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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