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내년 기술 경쟁 국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시장이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기술 격차가 곧 경쟁력과 시장 지위로 연결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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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내년 기술 경쟁 국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DB |
5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총 26조8881억 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6% 증가한 금액이면서, 3분기 누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이는 메모리 업황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비용 확대가 아니라 내년 이후 본격화 될 AI 중심 수요 재편과 경쟁 구도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풀이된다.
사업부별 세부 R&D 비용은 공개되지 않지만 삼성전자가 중장기 시장 변화에 대비한 투자 기조를 유지, 확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메모리 시장은 AI 수요 확대로 시장이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의 고부가 시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제품 스펙과 기술 우위가 기업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기존까지 메모리 가격 사이클이 실적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최근에는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고사양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율 확보, 패키징 역량 등이 시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이 같은 R&D 투자는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0나노급 6세대 D램 양산에 성공하며 HBM4 경쟁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해당 제품은 전력 효율과 대역폭을 높인 기술로,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요구하는 성능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공정으로 평가된다.
HBM4가 탑재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 '루빈'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내년 상반기에는 HBM4의 본격적인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HBM4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구글의 차세대 TPU(텐서처리장치)에도 탑재될 예정이어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HBM4 시장의 본격화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실적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HBM4의 핵심 구성품인 베이스다이를 삼성 파운드리가 4나노 공정으로 직접 생산하기 때문이다. 베이스다이는 여러 층의 D램과 GPU를 연결해주는 핵심 허브로, 신호 전달 안정성과 전력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엔비디아를 벗어나 자체 AI칩을 만드려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엔비디아 중심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요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가 원하는 수준의 HBM을 알맞은 시기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하느냐가 앞으로의 시장을 주도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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