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세훈 건설부동산부장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에 동의한다. 단순한 이유지만, 우리 소득수준에 비해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PIR(소득대비주택가격)을 보면 체감이 더 쉬운데, 집을 사려면 몇 년치 소득이 필요한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예컨대 연소득이 1억원이고 집값이 10억원이면 PIR은 10이 된다. 이는 곧 집을 사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하는 값이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14년이다. 서울보다 덜하지만, 다음으로 세종(8.2년), 경기(6.9년), 대구(6.7년), 인천(6.6년) 순이다. 끔찍한 사실은 급여는 찔끔 오르고 부동산은 폭등한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PIR은 매년 늘어날 것이고,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PIR은 어디까지나 평균을 수치화한 것이라 과대한 해석은 피해야 한다. 

참담한 통계는 또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위 20%의 평균 보동산 보유액은 약 13억3828만원이지만, 하위 20%는 약 1033만원에 그친다. 부동산 자산 격차만 무려 130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는 양극화되고 돈은 부동산으로 쏠린다.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선 지 약 6개월이 지났다. 3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고 정부가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지만, 집값은 거머쥔 모래알과 같아서 잡으려 할수록 잡히지 않는다. 

첫 번째인 6.27대책은 금융위가 주도했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가격과 상관없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할 시 주택담보 대출을 금지하는 등 금융정책이 주를 이뤘다. 처음 한방이 강력했다. 대출길이 막히자 주거사다리마저 사라진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또 서울 외곽지역 6억원 미만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투기가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무력화될 수 있는 정책이었기 때문에 한계는 분명했다. 

두 번째 9.7대책은 공급에 방점을 뒀다. 2030년까지 서울 포함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것인데 핵심은 'LH의 직접 시행'이었다.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하고 빠르게 주택공급을 하면서 공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LH가 토지 조성부터 시공, 분양까지 모두 맡을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도 내세웠지만 민간 참여를 이끌 실질적 해법이 빠져 있어 ‘반쪽 대책’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강화하면서 실수요자인 서민층의 금융 접근성을 축소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세 번째인 10.15대책은 규제였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중원)·수원(영통·장안·팔달)·안양 동안·용인 수지·의왕·하남 등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했고,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으로 유지하되,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차등 축소했다. 수도권 부동산을 때린 묵직한 한방이었다. 

과연 집값은 잡혔을까. 아쉽지만 아직 서울과 수도권 어느 지역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규제지역마저 매매와 전세가 2.0% 이상 올랐다는 분석이 쏟아졌고 규제지역에서 벗어난 지역은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규제가 아닌 시장 원리에 맡겨야만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곧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수도권 집값 대책을 다 짜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간의 정책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부동산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동시에 안정화 대책도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조만간 새로운 부동산정책이 발표될 것임을 암시했다. 

월급 모아 집 한 채 살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 아무리 아끼고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허탈함과 좌절감이 오히려 부동산 집착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어려운 주문이지만 2026년 새해에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 하락’이라는 뉴스를 기대해 본다. 
[미디어펜=양세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