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 메모리 호황 속 질주
LG전자, 비용·사업구조 재편 '방점'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LG전자는 구조 재편을 통해 체질을 다지는 해로 평가된다. 

   


5일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88조6181억 원, 영업이익 16조45억 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75조7883억 원)은 11.8% 늘고, 영업이익(6조4927억 원)은 146.5%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 호실적 중심에는 AI 서버용 메모리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HBM 출하가 빠르게 늘었고, 이는 범용 메모리 대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달러화 거래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원·달러 환율 상승도 매출과 이익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또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등의 메모리 수요 폭증도 호실적에 힘을 보탰다. 공급망이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PC용 범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졌고, 그에 따른 범용 메모리 가격도 올랐다.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D램익스체인지 기준 지난해 4분기에만 32.9%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올 한 해 실적 향방을 가를 핵심 키워드 역시 AI와 HBM으로 꼽힌다. 올해도 AI 서버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며 실적 방어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I 가속기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HBM 수요가 단기 유행이 아닌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 한다. 

실제로 시장에선 글로벌 AI 투자 확대를 감안할 때 HBM 완판 행렬과 부족 현상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완제품 판매 형식이 아닌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되는 HBM은 공급 과잉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HBM의 경우 고객사 요구에 따라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 방식으로 생산된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반도체 사업의 근원적인 기술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지난해는 HBM 사업 회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활동 강화, 이미지센서 글로벌 고객 유치 등 성과를 이뤄냈지만, 이는 기술 리더십 복원 위한 초석에 불과하다"며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원스톱 설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 반도체 회사로 AI 시대 선도하자"고 말했다. 

   


◆ LG전자, 일회성 비용 부담 속 체질 개선 '속도'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는 매출액 23조5597억 원, 영업적자 119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4분기(22조7615억 원) 대비 소폭 늘겠지만, 영업이익(1353억 원) 대비 적자 전환 우려가 나온다. 이는 관세 부담과 인력 효율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실적에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은 비용 구조 개선 효과가 실제 숫자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반영한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올해부터 고정비 절감 효과로 전환되면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물류비 안정화와 신흥국 중심의 점유율 확대도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은 2026년부터 고정비 절감 효과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2026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조6000억 원으로 3년 만에 전년 대비 증익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사업 측면에서는 기업간거래(B2B)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이 올해 실적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웹OS 기반 플랫폼 사업과 구독형 가전, 냉난방공조(HVAC) 등은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 중장기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소비 둔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가전·TV 등 주력 사업의 회복 속도는 불확실성으로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과 같은 전통 사업은 하향세"라며 "전장·B2B 중심 성장축을 얼마나 빠르게 키우냐에 따라 향후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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