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국내 건설사들이 2026년을 맞아 인공지능(AI)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다만 현장 적용을 둘러싼 법·제도 미비가 새로운 리스크로 지목되면서, AI 확산을 뒷받침할 정책·제도 정비가 과제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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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건설사들이 AI를 차세대 경쟁력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현장 적용을 둘러싼 책임 기준과 법·제도 미비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사진=GS건설 |
7일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AI와 디지털 전환(DX)을 경영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경기 둔화와 원가 부담, 인력 구조 변화 등 복합적인 경영 환경 속에서 생산성과 안전,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으로 AI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 건설사들의 AI 활용은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GS건설은 생성형 AI 기반 ‘Chat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기술 검토, 계약 검토, 자료 분석 등 실무 전반에 활용하고 있으며, 임직원 대상 AI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등도 BIM(건설정보모델링) 기반 설계 검토, 공정·안전 데이터 분석 등을 중심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건설 현장의 안전 위험과 공정 차질 가능성을 사전에 관리하고,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흐름은 건설업 특유의 구조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현장 인력 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 안전 사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 강화 등으로 기존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오는 22일 시행될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AI 활용의 기본 틀을 제시하고 있지만, 건설업처럼 다수의 협력사와 복잡한 공정이 얽힌 산업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활용되는 AI는 공정 관리, 안전 감지, 설계 검토 등 실시간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 많다. AI 판단 오류가 안전사고나 공기 지연,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경우 책임을 어디까지,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원청과 협력사, 솔루션 제공업체 간 책임 구조 역시 명확하지 않다.
기존 법제 역시 AI 활용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 산업안전, 하도급 관련 법률 등은 데이터 기반 AI 운영 환경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AI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법 해석과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건설사들은 자체적인 AI 가이드라인과 내부 통제 체계를 마련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AI 활용 범위를 제한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의 최종 판단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결국 AI 기술 도입과 함께 산업 특성을 반영한 세부 기준 마련, 단계적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책임 기준과 현장 친화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AI는 분명한 돌파구지만, 책임과 규제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기 어렵다”며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정책과 제도 역시 현실적으로 보완돼야 AI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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