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93조 원, 영업이익 20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을 넘어섰다. 반도체 업황 침체기를 벗어나 메모리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 |
 |
|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 제공 |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8.06%, 전년 동기 대비 22.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64.34%,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8.17% 급증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DS(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흑자 전환이 이번 실적을 견인한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DS부문 4분기 매출은 40조 원 안팎, 영업이익은 15조~16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메모리 가격 반등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수익성 개선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S부문 실적 개선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HBM 관련 매출이 6조~7조원 수준까지 확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세대인 HBM3E 출하 확대와 평균판매가격이 오르면서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생산 구조 전환으로 범용 D램 공급이 제한되며 가격 강세가 이어진 점도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D램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0% 안팎까지 회복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하량 증가보다는 HBM 등 고부가 메모리 비중 확대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며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낸드플래시 부문도 실적 부담을 크게 덜었다는 평가다.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만드는 뎅터 저장장치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낸드 수요가 회복되면서 영업손실은 1조 원 미만으로 축소됐거나 손익분기점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DS부문의 실적은 단순한 업황 반등을 넘어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출하량 중심 실적 개선을 노력하던 시기와 달리, AI 서버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HBM과 첨단 공정 기반 제품 등 고부가 포트폴리오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그간 주력해온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셈이다. 전영현 DS부문장은 지난 2024년 5월 반도체 구원투수로 취임 후 "근원적 경쟁력 없이 시황에 의존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해왔다.
| |
 |
|
| ▲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DB |
◆ 메모리 회복·AI 수요 순풍…올해 사업도 탄력
비메모리와 완제품 사업도 실적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4분기에도 1~2조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수주 확대와 공정 전환 효과가 반영되면서 전 분기 대비 손실 폭은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모바일, 가전, TV 등 완제품 사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모바일(MX) 부문은 플래그십 제품 비중 확대와 비용 효율화로 4분기 영업이익이 2~3조 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은 소폭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판매량 확대보다 '갤러시 트라이폴드와'와 같은 스페셜 에디션 중심의 제품 전략이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DA) 사업부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 증가와 원가 부담 완화로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가전 사업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상반기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AI 가속기용 HBM 수요 확대와 첨단 패키징 적용 증가가 추가적인 실적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단기 유행이 아닌 구조적 수요로 자리 잡으면서, 반도체 실적 변동성 자체가 과거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기준 영업이익 100조 원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레벨 자체가 과거 사이클 대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기 실적은 반도체 사업 회복 신호탄을 넘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구조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AI 중심 수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중장기 실적도 과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수치로,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 편의를 위해 제공됐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