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원전·신재생·플랜트·AI·데이터센터 등 새롭게 파고드는 분야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미디어펜은 병오년 새해를 맞아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SK에코플랜트 등 그동안 사업 다각화 행보가 뚜렷하게 보인 6개 건설사를 선정, 그동안의 체질개선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조망해 본다.[편집자주]
▲[건설 新먹거리 지도④] DL이앤씨, 데이터센터·SMR·CCUS까지…성장 공식 다시 짠다
DL이앤씨는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건설사다.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데이터센터와 소형모듈원전(SMR),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차세대 먹거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등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행보 역시 신사업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세 번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준공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또 엑스에너지(X-energy)와의 협력을 통한 SMR 성과도 더욱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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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에너지 Xe-100 발전소 조감도./사진=DL이앤씨 |
◆ 데이터센터로 넓히는 보폭…양질 포트폴리오 쌓는다
DL이앤씨는 민간 주택 시장 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데이터센터'를 낙점했다. 2022년 상암 데이터센터 준공을 시작으로 가산, 김포 등 주요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행하며 관련 트랙레코드를 빠르게 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000억 달러(약 420조 원)에서 오는 2030년 6000억~700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IT 기업과 금융사, 클라우드 사업자 등 해외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는 고도의 전력 설비와 냉각 시스템, 안정적인 구조 설계가 필수적인 고난도 건축물로,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그만큼 시공 경험과 기술력이 검증된 건설사에게 기회가 열리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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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산데이터센터 전경./사진=DL이앤씨 |
DL이앤씨는 플랜트와 에너지 인프라에서 축적한 EPC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시공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2022년 준공한 상암 데이터센터를 통해 첫 실적을 올렸고, 이후 가산 STT센터도 성공적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가장 최근 공사를 마친 가산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DL그룹이 합작법인을 통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단순 도급을 넘어 개발·운영 단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4월에는 4번째 프로젝트인 김포 데이터센터 공사의 첫 삽도 떴다. 김포 사업장은 디지털리얼티가 발주한 프로젝트로, 2021년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지역 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다 약 4년 만에 본격 추진됐다.
◆글로벌 SMR 붐 탄다…에너지 사업 확장 본격화
DL이앤씨는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중장기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2023년 미국 SMR 선도 기업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초기 투자자 지위를 확보한 것도 이러한 판단의 연장선이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정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에 선정된 기업으로, 차세대 원전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설비 규모를 줄이고 모듈화한 것이 특징으로,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설할 수 있다.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특정 수요처 인근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에 적합한 전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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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에너지 초도호기 조감도./사진=DL이앤씨 |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가스 발전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서,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도 SMR 부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원전 투자나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에 나서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엑스에너지와의 협력은 에너지 사업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Dow)의 공장 부지에 SMR 초도호기를 2030년대 초 완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DL이앤씨는 단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향후 설계·조달·시공(EPC) 단계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박상신 부회장을 포함한 DL이앤씨 경영진은 지난해 하반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직접 만나 에너지 및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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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신 DL이앤씨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 및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현안을 설명하고 향후 추진할 사업 계획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DL이앤씨 |
필리핀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도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곳이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으로, 바탄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다. DL이앤씨는 필리핀에서만 업계 최다인 15건의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시장을 선점할 공산도 크다. 2015년에는 필리핀 최대 정유사 페트론이 발주한 RMP-2(Refinery Master Plan Phase 2) 프로젝트를 약 2조2500억 원 규모로 따내면서 업계 최대 동남아 수주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플랜트 DNA의 진화…CCUS로 이어지는 탈탄소 수주 전략
DL이앤씨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시장도 정조준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발전 등 대형 배출 산업의 탈탄소 전환에서 CCUS가 필수 기술로 부상하면서, 기술 내재화를 통한 수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에 따르면 CCUS 시장 규모는 연평균 29% 성장해 2026년 253억 달러(약 37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DL이앤씨는 2022년 CCUS와 친환경 수소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카본코(CARBONCO)'를 설립했다. 카본코는 지난해 4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 흡수제 개발에 성공하는 등 독보적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해당 흡수제는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핵심 물질로, 포집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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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본코 연구원이 이산화탄소 흡수제를 실험하고 있다./사진=DL이앤씨 |
기존 상용 흡수제인 모노에탄올아민(MEA) 대비 에너지 소비를 46% 이상 절감했고, 바스프(BASF), 셸(Shell), 미쓰비시중공업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한 최고 수준의 흡수제와 견줄 만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24년 DL이앤씨와 카본코는 캐나다 비료 업체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Genesis Fertilizers)'와 비료 공장 프로젝트에서 설계 및 기술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가 기본설계(FEED)를 맡고, 카본코가 CCUS 기술 라이선스를 공급하는 구조다. 국내 기업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 CCUS 기술을 수출한 첫 사례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도의 원전 르네상스 속에서 협력해온 4세대 SMR 기업 엑스에너지의 프로젝트가 가속화되는 만큼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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