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급등에 완제품 가격↑
삼성, '보편적 AI 인프라'로 승부수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최근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따른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이 세트 업체의 원가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반도체가 단순한 부품을 넘어 제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고정비'가 되면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 압박 속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 관람객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6'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구경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21일 시장조사업체 드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이 연초부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정보기술(IT) 및 가전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PC용 DDR4 8GB 현물가는 지난 연말 주간 평균가인 23.7달러 대비 24% 오른 29.5달러를 기록했다. 데이터 저장 장치의 핵심인 낸드플래시 가격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512Gb TLC 웨이퍼의 현물 가격은 연말 13.1달러에서 현재 15.1달러로 약 15% 상승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현물 가격은 수개월 시차를 두고 완제품 출고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중 스마트폰과 PC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부품값이 내리면 완제품 가격도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였으나 이제는 핵심 고정비로 자리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반도체가 AI 연산과 전력 효율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 되면서 가격 인하 여지도 낮아진 셈이다. 

이러한 위기 속 삼성전자는 올해 가격 인상 압박이라는 파고를 '보편적 AI 인프라'라는 가치 혁신으로 넘어서겠다는 방침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DX부문장)은 이날 연합뉴스 기고문을 통해 "새로운 기술은 처음에는 비싸고 실험적인 경이로움으로 등장하지만, 진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술은 신뢰와 합리적 비용을 바탕으로 배경으로 물러난다"며 AI가 공기나 전기처럼 일상의 당연한 인프라로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공기나 전기처럼 일상 속 당연한 것처럼 만들어 가격 인상 압박 속에서도 소비자가 그만한 지불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노 사장은 특히 성공적인 AI 설계를 위한 3대 원칙으로 △도달 범위 △개방성 △신뢰감을 꼽았다. 기기 성능이나 사용자의 숙련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매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가 기본이 된 상태에서 직관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LG전자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제품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AI를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하고 삶을 실질적으로 배려하는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제품 구매 이후 새로운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업가전 전략에 속도를 내는 한편 AI가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고효율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접점을 유지하며 가치를 높이는 서비스 전략으로 칩플레이션 파고를 넘겠다는 구상이다.

양대 전자 기업에선 칩플레이션 시대에 제조사가 살아남는 법은 단순 원가 절감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주력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모두 반도체값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을 AI라는 카드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며 "결국 누가 더 AI를 일상 속에 완벽히 녹여내 비싼게 아닌 '필수 인프라'로 인식시키느냐가 올해 가전 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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