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도장 등 마감 공정으로 확대…공기 단축·품질 표준화 경쟁 본격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 현장의 자동화가 고위험 공정을 넘어 반복·대면적 공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안전 확보를 위한 기술 도입을 넘어 공사 기간 단축과 시공 품질의 균일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 설 현장의 자동화가 고위험 공정을 넘어 반복·대면적 공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개발한 '외벽도장로봇' 기술./사진=현대엔지니어링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터널 점검, 철근 결속, 구조물 검사 등 일부 공정에 한정됐던 로봇 기술을 마감·도장 공정까지 확장하고 있다. 인력 의존도가 높고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하기 쉬운 공정을 기계화해 시공 표준화를 도모하려는 시도다. 반복 작업의 특성상 동일 공정을 장시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자동화 설비를 통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도장 전문업체와 공동 개발한 외벽 도장 로봇 기술이 국토교통부 건설 신기술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장비는 무인·원격 제어 방식을 적용해 기존 달비계 기반 외벽 도장 작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작업자는 지상이나 옥상에서 장비를 원격 조작할 수 있으며, 자동 수평 제어와 자세 보정 기능을 통해 일정 각도 이상 변위가 발생하면 즉시 교정되도록 했다. 연속 스프레이와 다중 노즐 분사 방식을 적용해 넓은 면적을 균일한 두께로 시공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비산 방지 시스템과 저비산 전용 도료를 병행 적용해 도료 확산을 최소화했으며, 고내구성 와이어와 자동 정지 센서 등 다중 안전장치도 반영됐다. 고층 외벽 마감 공정의 특성상 기상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고려해 안정성 설계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기업의 기술 도입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자재 운반 로봇과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반복·중량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DL이앤씨 역시 터널 및 지하 구조물 공정에서 자동화 장비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철근 가공·배근 공정에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인력 운영을 효율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안전 보완 기술’ 차원을 넘어 공정 관리 체계 전반을 재편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초기에는 추락·붕괴 등 고위험 작업을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반복성과 면적이 큰 공정을 중심으로 자동화를 적용해 공정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복 공정의 기계화는 숙련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시공 품질의 편차를 줄이고, 일정 관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다. 특히 고층·대형 프로젝트가 증가하는 환경에서 마감 공정의 효율화는 전체 공정 흐름과 직결된다. 외벽 도장과 같은 후반부 공정이 지연될 경우 준공 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동화를 통한 속도·품질 관리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공은 더 이상 실증 단계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 있다”며 “향후에는 마감 공정 전반으로 무인·자동화 시공이 확산되면서 건설 현장의 작업 구조 자체가 점진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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