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에 재택근무제, 무인서비스 등이 활발하게 도입되면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다양한 변화의 목적은 결국 '슬림화'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은행 알파고' 시대는 필연적인 수순이라는 지적이 많지만 금융노조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이 대한민국 시중 은행들의 영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미 대다수 주요 은행들은 핀테크 기반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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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1호점을 원주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에 론칭했다. /신한은행 |
신한은행 '써니뱅크', 국민은행 '리브(Liiv)', 우리은행 '위비뱅크', KEB하나은행의 '원큐뱅크', 농협은행 '올원뱅크' 등이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일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1호점을 원주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한국관광공사에 론칭하기도 했다. 조만간 인천에 2호점도 개설된다. 스마트 브랜치란 보통 은행 직원이 착석해 업무를 보는 입출금창구 자리에 디지털 기기가 대신 설치돼 고객을 응대한다.
2011년 첫 도입돼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도입 초기의 스마트브랜치는 실패사례로 더 자주 언급된다. 당시 기준에서는 혁신 속도가 오히려 너무 빨라 소비자들과 불협화음을 냈다는 평가를 받은 것.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기존 무인점포보다 많은 4명의 상주직원을 배치했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론칭 초기라 성과를 말하기는 힘든 단계지만 확실히 (2011년) 최초 도입 당시보다는 이질감이 적다"면서 "그새 모바일 환경이 그만큼 개선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행원들에 대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해 큰 화제를 만들기도 했다. 이른바 '유연근무제'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재택근무, 스마트워킹센터 근무, 자율 출퇴근제 등을 운영하면서 창의성과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번 제도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어 지난 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신한은행 스마트워킹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박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도입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고객 수요를 바로 반영해야 하는 변화된 금융환경에 적합한 근무방식"이라며 신한의 스마트근무제를 상찬했다.
최근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던 KEB하나은행의 대규모 승진도 은행권의 '실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일단 1000명 규모의 대폭 승진을 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관리자 인사의 경우 '고객 수익률'이라는 성과를 기준으로 승진심사를 진행했다. 성과주의 확산의 신호탄 역할을 자임했다는 평가다.
무인 서비스, 스마트브랜치, 성과주의 확산 등 은행권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새로운 실험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변화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금융노조는 일련의 변화를 침통한 표정으로 주시하고 있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결국 최근 은행권의 모든 변화는 은행업에서 '사람냄새'를 없애겠다는 목적 하나로 수렴된다"면서 "아무리 시대상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라 해도 긍지를 갖고 일하는 수많은 은행원들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혁신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은행권의 '스마트화(化)'는 점포와 은행인력의 구조조정과 함께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국민은행‧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각각 희망퇴직을 실시해 200명~1000명 규모의 행원들을 떠나보냈다. 안정성을 보장받는 대표적 직업군으로 알려진 은행권에도 희망퇴직이 도입된 것이다.
민간 금융연구소 한 관계자는 "사람 뿐 아니라 점포 숫자도 계속 줄고 있다"면서 "멀리서 보면 필연적인 시대의 변화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은행원들의 직업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라 조직 사기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은행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기 위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6시 30분에도 농협중앙회 본관 광장에서 1000여 명 규모의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9월 총파업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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