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좌 송금 등 핀테크 활용, 특화 서비스 집중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 4대 은행들은 아시아 지역 송금고객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협과 신한은행의 경우 '스마트고지서'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익 다변화는 저금리 장기화와 핀테크로 대표되는 은행권 지각변동의 양상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국민‧우리‧KEB하나 등 시중 4대 은행들은 해외송금 서비스를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률에 더불어 한국과 송금거래가 많기 때문에 이 시장을 선점할 경우 쏠쏠한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 4대 은행들은 아시아 지역 송금고객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협과 신한은행의 경우 '스마트고지서'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디어펜


금융결제원이 발표한 '국내 무계좌 기반 해외송금서비스 주요 동향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이와 같은 양상이 한눈에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해외송금거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역시 중국으로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권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베트남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아직까지 경제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은 동남아시아권 국가들의 경우 성인 기준 은행계좌 보유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무계좌'로 베트남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해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위비 퀵 글로벌 송금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베트남,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16개국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은행 계좌 없이도 전당포나 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을 이용하면 송금정보를 수취인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신한은행은 '신한글로벌 현지통화 송금'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인도 루피, 필리핀 페소,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 현지통화로 실시간 환율을 적용해 당일 송금을 완료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단, 영업점에서 송금을 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올 6월 수취인 계좌가 없어도 필리핀 현지은행 약 7000곳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살라맛포 필리핀 무계좌 송금'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또한 은행 계좌 없이도 수취인 이름만으로 해외송금이 가능한 'KB 어카운트 프리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놨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8개국을 대상으로 하며 전당포, 편의점 등 약 20만 곳에서 송금번호, 이름 정보만으로 즉시 현지통화를 수령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에도 수취인 휴대폰번호만 있으면 모바일앱으로 실시간 해외송금할 수 있는 '원큐 트랜스퍼(1Q Transfer)'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영국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최대 70개국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은행들의 해외송금 서비스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새로운 패턴의 은행권 경쟁이 해외를 대상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스마트고지서'라는 새로운 분야가 은행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지능형 스마트고지서'를 추진 중이다. 종이로 발행되는 지방세 고지서를 스마트폰 고지서로 대신 하는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 핀테크, 정보통신기술(ICT) 등 도민들의 일상생활과 차세대 기술이 접목되는 분야다. 경기도는 해당 사업자로 신한은행-네이버 컨소시엄과 농협은행을 선정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단, 스마트고지서 분야가 활성화되려면 현행 지방세기본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지방세 고지서를 우편으로 직접 주소지에 보내거나 이메일‧전자사서함 등을 통해서만 고지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납세자가 지정한 본인 인증 이메일과 스마트폰으로도 고지서가 송달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대의 변화가 '스마트화(化)'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관련법 개정은 언제가 됐든 필연적이라는 게 업계 내외의 전망이다. 스마트고지서 분야 또한 모든 지자체에서 모든 은행에 의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누구나 납부해야 하는 지방세 납부를 자사 모바일플랫폼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은행으로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셈이라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뿐 아니라 모든 은행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와 핀테크 확산 등 은행업 변화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가 이미 자명하다"면서 "새로운 시장 선점을 향한 경쟁은 당분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