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용규모 감소 추세지만 IT인력 비중 강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민‧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속속 200~300명 규모의 하반기 채용 일정을 시작했다. 모든 은행들이 일반 행원 채용규모를 줄이는 가운데 핀테크 등 IT 분야에 대한 인사 수요는 늘고 있어 은행산업의 변화상을 보여준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이미 신규직원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오는 12일까지, 우리은행은 28일까지 접수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200명 규모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채용 규모는 300명 수준으로 정해졌다.

   
▲ 시중은행들이 속속 하반기 채용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핀테크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인사 수요가 늘어나 은행산업의 변화상을 보여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들의 채용 전형을 자세히 보면 각 회사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은행 일반직의 경우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미얀마어 등 제3국 언어에 능통한 지원자를 우대한다. 이는 최근 들어 해외송금 등 국제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새로운 전략이 '인재상'으로까지 연결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국민은행 역시 '현장 맞춤형' '지역 밀착형' 인재를 원하고 있다. 또한 국민은행은 일반직원 외에 IT 직원, 전문 자격증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도 채용 의사를 밝혔다. 서류→필기→1차면접→2차면접→최종합격 순으로 전형이 진행된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신한‧KEB하나‧농협은행도 다음 달까지는 채용 전형을 시작한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작년과 비슷하게 200명 규모의 채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농협은행의 경우 신규채용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지만 다행히 예년 수준의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각 은행들의 채용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이공계 졸업생들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핀테크 등 새로운 은행산업의 변화상이 채용 전형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200여 명 신규 채용 중에서 30% 수준인 60여 명을 IT 분야로 채용할 전망이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IT 관련 분야에서는 경력직 채용도 진행한다.

우리은행 역시 전체의 20% 수준인 40여 명을 IT 관련보직으로 채운다. IT 업종 경력이나 자격증 소지, 앱 개발‧창업 경험 등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단, 전공이 이공계여야 한다는 제한은 없다. 

IT부문으로 선발된 행원은 'IT 인력'으로 별도 관리를 받는다. 일정 기간 영업점 근무도 경험하지만 스마트금융사업본부 등 핀테크 관련 부서로 배치시킬 예정이다. 기타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핀테크 관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 매진할 전망이다.

경제‧경영학과 과목을 이수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야 은행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통념은 '핀테크'라는 단어와 함께 점점 부서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들이 모바일 플랫폼 승부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어 IT 관련 인력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만 놓고 봐도 비대면 대출이나 간편송금 등 신기술을 접목한 것들이 많다. 이들 서비스의 성패 여부가 각 은행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IT 인력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셈이다.

한편 이와 같은 'IT 우대'는 정부 방침과도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새로운 채용패턴은 올해부터 정부가 은행의 자체 기술신용정보(TCB) 평가 대출을 기술금융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면서 "기술금융 심사평가 역량에 따라 부여받는 '레벨'을 높이기 위해 기술금융 전담인력 확보에 매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채용규모는 줄되 핀테크 관련 인력 비중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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