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담보제공시 장기저리자금 제공"…한진 "1000억 자체조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진해운 추가지원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당정은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하면 1000억 원 상당의 장기저리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조건부 지원안을 내놨다. 한진그룹 역시 대책회의를 소집해 1000억 원 조달을 결정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물류대란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여론에는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6일 대책회의를 열어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 원 출연, 롱비치 터미널 등 해외 터미널 지분과 대여금 채권 담보로 600억 원 유동화 등 총 1000억 원을 자체적으로 조달‧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이후 파생된 후폭풍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 한진해운 추가지원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당정은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하면 1000억 원 상당의 장기저리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조건부 지원안을 내놨다. 한진그룹 역시 대책회의를 소집해 1000억 원 조달을 결정했다. /한진해운


선박 운항과 항만 하역작업 중단으로 화주들의 사업까지 차질을 빚는 등 '물류대란'이 가시화 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그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산업은행 등 정부 측이 한진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의견과 어디까지나 한진의 실패는 조양호 회장 등 한진 측의 경영실패에 기인했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이와 같은 대립은 선박 73척에 실린 짐을 하역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2200억 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부상했다. 시각에 따라서 이 금액이 이미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수혈'로 보일 수도 있었기에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렸다. 

채권단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산업은행은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가 자금을 넣든 채권단 지원분에 대한 담보를 먼저 제공하든 회사가 주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한진 측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논의의 범위는 결국 당정 협의로까지 확장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직접 '한진해운 대책 협의회'를 개최한 것. 이 회의체에는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채권단의 단호한 반응에 힘입은 듯 이 회의체에서는 '한진해운의 자산이 담보되거나 한진그룹 차원의 담보를 제공'해야 정부가 장기저리자금을 지원한다는 결론이 확정됐다. 이후 뒤이은 한진해운의 대책회의에서 결국 1000억 원 자체 조달안이 나오면서 공방은 일단락됐다.

여론에 다소 부담을 느낀 듯 한진그룹 측 관계자는 "이번 자금 지원 이외에도 한진은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계열사를 통한 물류 처리와 수송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회사 한진이 비상 태스크팀(Task Team)을 구성해 즉각적인 해상화물 하역처리와 긴급화물 항공편 대체 수송 등의 방안 등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또한 비상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긴급 화물 수송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가용할 수 있는 화물기를 최대한 동원해 물류대란 해결에 동참할 계획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의 책임을 정부와 채권단으로 돌리는 여론이 비등한 만큼 추가자금 지원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산업은행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산은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금 지원해서 살리려는 시도는 자율협약 상황에서 했어야 한다"면서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시점에서 지원을 계속 하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 후폭풍'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작년 내내 좀비기업 퇴출,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 등을 강조하던 여론이 한진해운 후폭풍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한진해운 같은 거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후폭풍이 없길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