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5대 금융사가 복합점포를 통한 '시너지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100곳을 돌파한 복합점포에서는 특히 은행-증권 분야 시너지가 강하게 발휘되고 있다. 보험업에도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규제에 덜미를 잡혀 금융지주회사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보험 전업사들의 반발이 심하고 정치권의 시선도 곱지 않아 규제완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농협금융과 우리은행 등 소위 '5대 금융사'들이 최근 들어 복합점포 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합점포란 영업점 한 곳에서 은행-증권-보험 관련 업무를 전부 처리할 수 있는 점포를 의미한다. '금융백화점'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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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농협금융 복합점포 '금융PLUS 센터' /농협금융 |
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복합점포는 2014년 은행‧증권사 복합점포가 허용되면서 빠른 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에 총 111곳의 복합점포가 존재한다. 이 중에서 올해 개설된 곳만 16개에 달해 최근 들어 복합점포 개점이 더욱 활발해졌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은 복합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이다. 전국에 총 58곳의 복합점포가 존재한다. 3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WM(개인자산관리) 센터와 1억원 이상 준자산가를 주고객으로 하는 PWM라운지가 각각 27곳과 17곳 개점했다.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창조금융플라자는 14곳 영업 중이다.
신한의 뒤를 잇고 있는 것은 하나금융이다. 작년 8월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1호 복합점포를 입점한 이래 지금까지 21개 복합점포를 개설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 최대 5곳까지 추가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특히 증권업과의 협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한 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KB금융이다. 현재 18개 복합점포가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과천‧대전 등 8곳에서 추가적으로 개점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단번에 하나금융과 유사한 수준의 복합점포를 보유하게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복합점포에 대해 "현대증권‧KB투자증권 합병의 시너지를 내고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의 존재감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올해 안에 세종, 순천, 안양 등 3개 지역에 복합점포를 개설해 두 자리 수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들 지역은 농협금융 복합점포가 '비수도권'으로 진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는 아니지만 작년 3곳, 올해 4곳에서 복합점포가 운영 중이다. 계열 증권사가 없는 대신 삼성증권과의 협업으로 복합점포의 효용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5대 금융회사들의 복합점포 증가 추세는 은행들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이고 있는 와중이라 더욱 눈에 띈다. 금융거래의 '대세'가 모바일로 넘어간 상황에서 많은 은행 영업점들은 통‧폐합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작년 한 해 123개의 영업점을 없앴다. 한 달에 10개꼴로 은행 영업점이 자취를 감춘 셈이다.
복합점포는 전통적인 형태의 은행 영업점이 사라진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면서 금융사들에게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복합점포의 시너지 효과는 숫자로 확인된다"면서 "7개 복합점포에서만 7조 8759억원의 자산 증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점포당 1조원 정도의 수익성을 창출한 셈. 이 결과 1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객들도 약 1900명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복합점포의 시너지는 은행-증권 연계 분야에서만 집중되고 있다. 보험 판매에 대해서는 여전히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부터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이 허용됐지만 아직 은행들은 적극적인 방식의 '아웃바운드' 영업을 할 수 없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만 보험 판매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보험상품 전단지를 창구 주변에 가져다 놓는 정도다. 보험상품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아웃바운드 영업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은행-보험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실제로 방문해 본 한 복합점포에서도 유독 보험 창구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불과 289건의 보험계약이 체결됐을 뿐이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보험 전업사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쉽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는 도리어 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을 금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보험업계와 정치권은 복합점포가 보험설계사의 고유 영역을 침범할뿐더러 '은행들이 자사 보험 상품 위주로만 영업해 불공정경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111곳의 복합점포 중 보험업까지 일괄하는 영업점은 아직 9곳에 불과해 은행들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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