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옛 하나-외환은행 노조가 통합을 전격 결정한 가운데 '함영주 리더십'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내년 3월 퇴임 전에 단일 노조까지 성공적으로 출범시킨다면 화학적 통합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조 입장에서도 성과연봉제 등 주요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협상채널 단일화가 필요했다는 계산이 맞아떨어져 통합이 성사됐다는 지적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와 외환은행지부는 전날인 19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내년 1월 통합노조를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창근 하나은행지부 노조위원장과 김근용 외환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공동 명의로 작성된 회견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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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오후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 4층에서 개최된 외환-하나 노동조합 통합 기자간담회에서 김근용 한국외환은행지부 노조위원장(사진 왼쪽)과 김창근 하나은행지부 노조위원장(사진 오른쪽)이 노동조합 통합 합의서 작성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
회견문에서 두 노조는 "작년 9월 하나-외환 두 은행의 통합으로 KEB하나은행이 탄생했지만 노동조합은 2개지부로 나뉘어 있어 임금‧인사제도와 복리후생제도 등의 측면에서 구성원 간 상대적 박탈감과 상호간 갈등이 유발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피인수은행인 구 외환은행의 임금‧복지 수준이 인수은행인 하나은행보다 높아 그간 구성원 간 위화감이 존재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물리적 통합보다 더 중요한 '화학적 통합'의 상징으로 노조 단일화가 첫손에 거론되기도 했다.
작년 가을부터 함영주 은행장은 통합을 둘러싼 난국에 '속도전'으로 대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왔다. 이미 함 은행장은 KEB하나은행 탄생 이후 불과 281일 만에 전산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아울러 조직문화 융합을 위해서는 '교차발령'과 '대규모 승진' 카드를 적절히 이용했다. 당장 하나은행 출신인 함 은행장 본인의 비서실장직에 옛 외환 노조위원장 출신을 선임하면서 화학적 통합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6월 전산통합 마무리 이후에는 무려 1364명에 대한 교차 발령인사를 내면서 '통큰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이어서 7월에는 무려 1000여 명 규모의 '역대급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업계의 화제가 됐다.
이번 노조 통합에도 함영주 은행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지부 한 관계자는 "이미 통합은행 출범 직후부터 양 노조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통합노조의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실로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노조 통합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성사됐다.
함 은행장의 속도전은 그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학적 통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신임 행장에게 미루기보다는 임기 중에 확실한 매듭을 짓고자 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두 노조의 조속한 통합에는 노조 측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황이 크게 작용했다.
19일 기자회견에서 김창근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이 "두 개의 노조로 운영됐을 때보다 통합 노조의 경우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 부분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사측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통합 노조체제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오는 26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는 양 노조 지부는 지부 해산을 결의하고 통합지부 운영규정과 선거규칙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사를 취합한다. 총회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통합선거를 거쳐 내년 1월 통합 'KEB하나은행지부'가 출범한다.
한편 오는 두 지부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총파업에는 하나지부와 외환지부가 분리된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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