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대부분 끝난 가운데 정무위 국감도 18일로 마지막을 알렸다. 이날 국감에선 가계부채‧기업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등 당국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졌다. 낙하산 인사 관련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됐다. 이 가운데 올해 국감 또한 제반 문제에 대한 근본적 차원에서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 국회에서는 20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날 감사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감사로 진행됐다. 일반증인으로는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이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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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18일로 마지막 날을 맞은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은 가계부채‧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은행연합회 |
감사장에 출석한 의원들은 우선 최근 논란이 된 보금자리론 신청자격 제한 문제를 주된 이슈로 부각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남 3구 아파트만 성장엔진이 되는 현실에서 정부가 보금자리론 축소, 적격대출을 중지시켰다"며 "가계부채 대책 실패의 심각한 상황을 실수요자들한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4일 보금자리론 자격요건을 연말까지 '강화'한다는 공고를 냈다. 내용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3억원 이상이면 신청이 불가능하고, 대출한도도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같은 당 김영주 의원 또한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은 일생일대의 꿈인데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는커녕 보금자리론을 축소시켜서 서민들에게 말한 것 손바닥 뒤집듯 바꾸었다"고 비판했다.
질의를 받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서민들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임 위원장은 "보금자리론을 받는 사람의 57%가 축소된 기준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6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받을 수 있는 디딤돌 대출은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금자리론 대출요건 축소는 서민들에게 그 여력을 더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지난 국감에서부터 반복적으로 거론된 가계부채 문제 역시 마지막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집단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임종룡 위원장을 압박했다.
심 의원의 질의에 대해 임종룡 위원장은 "DTI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방식으로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집단대출과 관련해 당장 DTI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의견도 관철했다.
한편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과 대우조선해양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지난 4일 국감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해운정보와 관련된 공방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일부 상충돼 '진실게임' 양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18일 진행된 마지막 국감에서도 한진해운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구조조정과 관련해 민간한테만 맡겨두고 뒤로 숨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임종룡 위원장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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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정무위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미디어펜 |
이에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 문제로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향후 해운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달 말 해운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한국증권금융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고질적인 정‧관계 낙하산 문제로 인해 한국증권금융의 방만경영 사례가 최근 급증했다"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사들이 출연해 설립된 민간기관인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9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출신 조인근 씨가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돼 낙하산 논란을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김영과‧박재식 전 사장도 모두 재경부를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현임 정지원 사장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으로 정부와 인연이 있다.
이날 채 의원을 비롯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이들의 임원 보수가 다른 증권유관기관의 임원들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다"면서 "(낙하산 출신들은) 전문지식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지난 4일 국감에서도 정무위 의원들은 차기 은행장의 낙하산 인사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차기 기업은행장 하마평에 올랐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현재 은행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올해 국감 역시 '무용론'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무위의 경우에도 금융당국과 업계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질의로 일부 의미 있는 담론을 형성하긴 했지만, 근본적 혁신을 창출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에 사상 최초로 F학점을 주기도 했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지난 19대 국회의 국감보다도 낮은 점수를 첫 해부터 받은 것.
이번 국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관계자는 "국감 자체가 정쟁의 연장선으로 변질되는 패턴을 올해도 바꾸지 못했다"면서 "첫해부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20대 국회가 생각보다 빨리 국민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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