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에 '재조명'…금융위도 '규제 완화' 예고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들이 수익 다변화 일환으로 '신탁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연이은 호실적으로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은행권의 속내를 보면 이자수익에 편중된 수익구조 다변화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신탁업이 은행들 사이에서 각광 받고 있다. 90년대 국내 신탁업을 주도했던 은행들은 1997년 IMF 사태가 터진 이후 당국으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04년 간접투자상품법 제정, 2008년 자본시장법 제정 등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신탁업도 위축됐다.

   
▲ 은행들이 수익 다변화 일환으로 '신탁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연이은 호실적으로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은행권의 속내를 보면 이자수익에 편중된 수익구조 다변화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미디어펜


이 가운데 최근 저금리 시대가 고착되면서 은행들이 다시금 신탁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는 건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471억 7400만원의 신탁운용수익을 올렸다. KEB하나은행이 310억원, 신한은행이 263억 3500만원, 우리은행이 208억 95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18일 국민은행은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신탁상품인 'KB 펫 신탁'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펫 신탁'은 고객(위탁자)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본인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수익자)를 미리 지정하면, 은행(수탁자)은 고객 사망 후 반려동물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일시에 지급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반려동물'이라는 트렌드를 동시에 공략한 상품으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국민은행은 앞선 10일에도 'KB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 상품을 내놨다. 치매 발병 등을 대비해 위탁자가 후견인을 지정하고 은행에 금전을 맡기면, 상황 발생 시 수탁자인 은행은 후견인에게 치료와 요양자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역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상품이라 평가가 좋다.

신한은행 또한 유언대용 신탁인 '내리사랑 신탁'을, 우리은행은 '명문가문 증여신탁' 을 선보인 상태다. 모두 자산가들의 재산 증여와 관련된 상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향후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하는 신탁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신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재산신탁의 경우 0.05%~0.07%, 금전신탁은 0.5%~1% 수준이다. 비이자수익 가운데서는 단연 높은 편이다. 이자수익 외의 수입이라는 점에서 '수익 다변화'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4대 은행들이 모두 호실적을 기록하고, 적자에 시달리던 농협금융마저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은행들의 '속내'는 그리 밝지 못하다. 수익의 대부분이 이자수익에 편중돼 다양성 측면에서 그리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모든 은행들이 한 마디로 사상누각의 수익구조를 취하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문제 여파로 대출이 위축되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순식간에 '어닝 쇼크'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이 보다 활발하게 신탁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불특정금전신탁이 불가능하다거나 신탁상품을 광고를 할 수 없는 부분이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로 지목된다. 

다행히 지난 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 신탁업이 본연의 종합자산관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탁업 규율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탁업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경우 작년 기준 은행자산에서 11.90%를 차지했던 신탁자산의 비중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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