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 논의 사실상 중단…"반쪽 출범 할 수밖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연내 출범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반쪽' 출범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해야죠." (A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면서 '은행법 개정안' 논의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처리가 늦어지자 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반쪽 출범'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3월 서울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내 K뱅크 준비법인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상황점검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아이디어룸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4일 정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회 정무위원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계획대로였다면 지난달 국정감사 종료 이후 예산과 법안 심사가 진행돼야 했다. 그러나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회 기능도 마비됐다. 

문제는 올해 안에 처리돼야 하는 시급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가장 중차대한 과제로 꼽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만 처리하는 혁신적 개념의 은행이다. 국내에서는 KT계열의 K뱅크와 카카오 계열의 카카오뱅크가 출범을 준비 중이다. 

한편 KT와 카카오는 각각 비금융자본(산업자본)이기 때문에 현행 은행법에서는 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다. 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4%를 50%로 완화해 주는 '은산분리 완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강석진, 김용태, 유의동 의원 등이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처리에 실패해 20대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

1차적 문제는 야당의 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당론으로 '은행법 개정안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의당은 아직 찬반양론이 정돈되지 않았다. 각자의 의견이 갈림에 따라 여야 간 논의가 필수적인 사안이 바로 은행법 개정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기능마비 상태가 되면서 은행법 개정안 논의는 중단되고 말았다.

향후 전망 역시 어둡다. 야당 측 정무위 소속의원 한 보좌관은 "현 시점에서는 법안 심사를 논하기 이전에 예산안 심사조차도 어렵지 않겠느냐"며 "법안심사 소위원회 연내 개최를 낙관하는 시선은 국회 내에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의 표정은 당연히 좋지 않다. 현재 K뱅크는 이미 금융위원회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도 이번 달이나 늦어도 내달에는 본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마지막 절차만 밟으면 출범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법적 제약 때문에 힘이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식석상에서 틈만 나면 '은행법 개정'을 강조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차출'되면서 그나마 존재하던 상징적 동력도 상실될 위기에 놓였다. 임 위원장 자체가 정국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 형국이라 '최전방'에서 법 개정 분위기를 만들어줄 치어리더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반쪽 출범이라도 할 수밖에 없겠지만 금융권 최고의 혁신상품인 인터넷전문은행이 그저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 정도로 그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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