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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인 만화가 |
미래의 역사교과서에 쓰여질 지금의 대한민국
“1970년대 :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과 산업화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빈곤에서 탈출, 더 이상 끼니를 거르지 않게 되었으며, 제조업과 중화학공업 등이 경제를 견인하며 초 빈곤의 나라에서 수출 100억불 달성국으로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수도권에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고 국력이 북한을 크게 추월했으며 정치적으로는 1인 독재 체제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생활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1980년대 : 군부정권에 의한 독재라는 비판은 여전히 있었으나 역시 경제발전은 더욱 가속화 되었고 중산층이 크게 확대됐다. 통행금지가 사라지고 해외여행이 자율화 되었으며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었고 물가도 안정적이었던 시기. 군부정권에 의한 인권 문제, 정적에 대한 탄압, 언론의 자유 문제는 있었으나 서민 생활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시기로 80년대 말에 민주화 바람이 불며 민주화까지 급속히 진행된다.”
지금 역사 교과서에 7080시대는 대충 이렇게 쓰여져 있는 것 같다. 이 때의 정치권이야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은 있을지언정 경제 만큼은 이전에 비해 국민의 삶이 크게 나아지고 세계적인 대국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잘 살게 된 시기이고, 열심히 달렸던 시기이고, 하루하루 나아졌던 시기였음은 엄연한 사실이며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한강의 기적이라 칭송하며 인정하고 있다. 6.25 당시 UN군 참전 용사들이 수 십년 만에 한국에 오면 다들 기절할 정도로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74년생으로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에게 7080시대는 참 아련한 추억이자 고맙고 자랑스러운 시기다. 자고나면 세상이 바뀌는 경험,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지는 하루하루 놀랍고도 소중한 생활을 하며 자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의 우리 부모님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당신들은 힘들어도 자식들만큼은 잘 살게 해보겠다는 보편적인 의지와 노력이 강하게 작용하던 시기였고, 그 꿀같은 혜택을 지금 어른이 된 내가 세계 11위권 경제 대국에서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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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민주화 바람이 분 이후 한국의 성장동력이 희미해지는 분위기다. 후대를 걱정하지 않고 있는 돈 다 쓰자는 분위기. 복지로 돈을 나누면 나라가 발전한다는 황당한 소리가 정의로운 메시지처럼 창궐하는 세상이 됐다./사진=연합뉴스 |
1948년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뿌려진 자유의 싹이 뿌리를 쫙 내리고 본격적으로 무럭무럭 커가던 시기 70년대 80년대. 구로공단에서, 탄광에서, 바다에서, 사막에서 열심히 달린 우리 부모님들이 키운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어디에 가도 뿌듯하고 번듯한 나라가 됐다.
과거에는 해외만 나가면 별천지라 생필품부터 학용품, 장난감 가득가득 가방에 채워 오던 시절도 있었다던데, 지금은 싱가풀에 가도 홍콩에 가도, 아니 미국에 가도 별로 부러울 것도 없고 사올 만한 것도 없더라. 우리의 경제가 이렇게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는 걸 상징적으로 느낄 수 있더라. 든든한 뿌리는 강한 줄기가 되었고 멋진 열매가 되어 우리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지금 40대가 된 나는 든든한 안보 속에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해외 여행도 심심찮게 다니고, 사고 싶은 것들도 그럭저럭 사면서 잘 살고 있다. 지금 내가 스키를 자전거를 실은 내 차를 타고 다니는 이 땅이 불과 몇 십년 전에 영양실조에 걸린 빈자들이 먹을 거리를 찾아 헤매다녔던 길이자 적과 피흘리는 전쟁을 치뤘던 무서운 전쟁터였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이 안난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나는 1970년대에 태어난 큰 행운 덕에 이렇게 아름답고 편안한 인생을 살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그러나 최근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강력한 민주화 바람이 분 이후 한반도는 다시 성장동력이 희미해지는 분위기다. 후대를 걱정하지 않고 있는 돈 다 쓰자는 분위기. 복지를 해서 돈을 펑펑 나누면 나라가 발전한다는 황당한 소리가 마치 정의로운 메시지처럼 창궐하는 세상이 됐다.
법과 원칙보다는 선동과 쪽수가 우선인 나라,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예측 불가능한 나라로 급변하고 있다. 성장보다는 분배, 발전보다는 나눔, 재벌을 해체하자, 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을 때리자 등등 아무 것도 없었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시절과는 반대로 너무나 많은 것들이 주어져 있기에 유에서 무로 돌아가자는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다. 한반도 수 천년 역사 이래 누구보다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 입만 열면 지옥을 외치며 계급 혁명을 부르짖는 모습을 심심 찮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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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역사교과서 예상. "이전부터 꿈틀대던 사회주의 혁명이 현실로 이루어지며 무상복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주택이 차례로 진행되었다."/사진=미디어펜 |
자, 이런 분위기에서 30년, 50년후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 때의 역사교과서는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기록할까. 아래 예문을 한번 보자.
- 2040년 역사교과서 현대편 마지막 부분 예상 -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30여년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부강하고 융성했던 시기였다. 세계적인 기업이 등장했고 도시 인프라가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발달했으며 7080년대 경제발전의 성과를 한껏 누리던 매우 독특한 시절이었다. 골목골목 크고 좋은 차들이 즐비했고, 멋진 식당과 호텔들이 도시를 가득 채웠고, 학생들까지 해외여행을 즐겼으며, 극빈층이 크게 줄어 누구나 넉넉한 음식과 고기등을 먹으며 최신 스마트 기기를 들고 다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 시기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역대급 전무후무한 풍요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쳐 깨닫지 못했다. 자유의 가치를 등한시하고 자신들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더더욱 키워나갔다. 그 틈을 타고 2020년대 대한민국엔 강력한 사회주의 혁명가가 등장해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국가의 패러다임을 크게 전환시킨다. 이전부터 꿈틀대던 사회주의 혁명이 현실로 이루어지며 무상복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주택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오랜 세월 대한민국의 우방이었던 미국과 멀어지기 시작했고, 일본과 국교가 끊어지고 북한과의 연방이 급속히 진행되며 해외 자본이 빠져나갔고 원화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입으로는 자주국가를 말하며 실제로는 고립국가가 되어갔던 시기다.
지금 2040년 대한민국은 다시 1970년대 초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무상 서비스들의 질은 현격히 떨어졌고 대기업들은 모두 해체되었고 국가 경쟁력은 베트남 캄보디아보다 못하게 됐으며 거리엔 다시 빈자들이 넘쳐나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은 이제 우리와 별로 관계없는 나라가 됐고 비자 없이 다닐 수 있는 나라의 수도 반으로 줄었다. 앞으로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학생 여러분들이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가 재건에 다시 나서줘야 하겠다. 그 찰나의 번영과 부국강병의 시기로 우리 다시 돌아가자~”
으아 쓰면서도 정말 아찔하다. 정말 저게 다 헛소리일까? 난 이미 국운이 상당히 기울어 있는듯한 요즘 분위기에서 실제로 이렇게 기록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본다. 사회주의 국가로 가자는 강력한 물결이 덮쳐있는 지금 우리가 그 방향을 돌리기도 무척 힘들어 보인다.
열매 다 따먹고 그대로 버려진 대한민국이라는 나무는 이제 그동안 든든하게 버텨줬던 뿌리 마져 썩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 남은 밑동까지 다 잘라내고 나몰라라 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다시 물을 주고 분갈이를 하고 힘을 내서 살릴 것인가.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그 기로에 서 있다.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되지 않도록 지금 정신을 차려야 할 시기다. 일개 만화가도 느끼는 지금의 위기를 모두 인지하고 다시 나라를 재정비했으면 좋겠다. 우리 저 역사교과서 내용을 확 바꿔보자. /윤서인 만화가
(이 글은 7일 자유경제원이 리버티홀에서 개최한 ‘경제발전의 뿌리를 찾아서: 빈곤으로부터의 탈출’ 연속세미나에서 윤서인 만화가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윤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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