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생 위한 생존 전략 막다 공멸의 길 갈수도
   
▲ 산업부 백지현 기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사측의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강경 투쟁 모드’ 돌입에 나설 채비를 끝마쳤다. 노조는 지난 2004년 사내 협력사 직원의 분신 사태와 관련해 제명된 이후 12년 만에 기업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산별노조 변경 안건’을 놓고 조합원 1만 4440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8917(76.3%)표를 얻어 안건을 가결시켰다. 가결 요건은 조합원 과반이 투표에 참여해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비율은 80.9%다. 

노조는 지난 2004년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금속노조(당시 금속산업연맹)와 대립하다 등을 진 바 있다. 당시 민노총의 만장일치로 제명당한 노조는 “집단주의에 매몰된 노조 활동 방식을 탈피하겠다”며 공개 비판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그러던 노조가 12년 만에 입장을 뒤바꿔 금속노조 재가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인 배경은 사측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서다. 노조는 올해 10여 차례 전면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달리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보이자 투쟁동력을 높일 수단으로 금속노조와 ‘재결합’한 셈이다.

문제는 산별노조에 가입되면 노사관계가 ‘강대강’ 대치국면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분사를 통한 구조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노조는 당장 금속노조와 연대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분사철회를 명분삼아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한 치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회사가 추진 중인 분사는 현재 사업 본부로 나뉘어져 있는 부문을 별도의 회사로 독립시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작업이 완료되면 168.5%에 육박하는 조선‧해양부문 부채비율은 100%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분사는 생존을 위해서 회사가 택한 마지막 선택지였을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인 근로자들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금속노조를 앞세워 회사를 옥죄기에는 현재 대내외 경제상황이 너무도 엄중하다.

조선업계만 놓고 보더라도 불황의 긴 터널 속에 최근 몇 년간 ‘수주절벽’에서 허덕이고 있다. 조선 3사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힘들다. 한 동안 불투명한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마져 나온다.

현재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각 경쟁사에서도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거기엔 “그대로 가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뿌리 내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대로 가면 공생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판단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