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서울중앙지법 서관 대법정에서 6일 오전 열리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 9차공판에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최씨와 마주한다.
이날 법정에서 최씨 진술과 상반된 고씨 증언의 의혹이 규명되느냐에 따라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과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의 향방이 좌우되리라는 전망이다.
고씨는 계속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지난달 17일과 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탄핵심판 증인신문이 불발됐으나, 최근 최씨 재판에 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은 탄핵심판 증인신문 출석요구서를 6일 최씨 재판에서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헌재에 조우송달(만나서 건네줌)을 신청했다.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어야 헌재의 증인 소환 효력이 발생한다.
대통령 변호인단이 고영태의 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고씨를 최씨의 최측근이자 내연관계로서 탄핵심판을 촉발한 ‘기획·모함’의 주역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 40년 지기로서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최씨가 고영태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며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고영태 등 일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 실패하자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제보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씨와 최씨 간 관계에 대한 의혹 제기는 서로 사이가 틀어진 후 최씨가 운영했던 강남 의상실에 고씨가 CCTV를 설치해 영상을 찍은 뒤 언론에 제보했다고 밝혀진 뒤 시작됐다.
최씨 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씨는 이와 관련 "두 사람이 내연관계로 추측되며 고씨가 돈 문제로 최씨를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과 헌재에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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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열리는 최순실씨 9차공판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사진=(좌·우)연합뉴스, (중)미디어펜 |
야권에 포섭된 고영태…헌재 변론에 불출석, 잠적 중
고씨는 지난해 12월7일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이후 야권에 포섭되었다는 정황이 확인된 후, 헌재 변론에 연달아 불출석하고 잠적 중이다.
고씨는 국회 2차 청문회에서 태블릿PC와 관련해 JTBC 보도와 상반된 진술을 한 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수차례 따로 만났다.
결국 고씨는 같은달 22일 5차 청문회에 불출석했고, 다음날인 23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인을 보호하라'며 고영태·노승일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한 후 고씨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로 넘어와 지난달 고씨의 사망설 및 태국 도피설 등이 세간에 돌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고씨의 근황을 대신 전했을 정도다.
지난달 중순 고씨가 신변위협을 받았다고 알려진 소식은 고씨 측근 및 손혜원 의원의 입을 빌어 전해진, 사실무근의 추측성 보도들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고씨가 (야권을 제외하고) 외부로부터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던 이유는 신변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따로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고영태의 입…증언에 남은 의혹
이와 관련, 최씨는 지난달 16일 헌재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와 고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냐는 대리인단 질문에 “(그들이) 녹음파일이 있다면서 계속 협박했고 2014년 게이트를 만들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고영태 씨가 ‘박근혜 정권 끝날 무렵에 게이트를 터트리겠다’며 협조해서 도와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달래가면서 도와줬는데 결국 더블루K와 (게이트가)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어 “2014년부터 고씨가 카메라를 찍고 그럴 때부터 계획적으로 게이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며 “더 가다간 더 큰 문제될 것 같아 (더블루K의) 문을 닫았지만 (고씨가) TV조선 측에 자료는 계속 갖다줬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고영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계획적으로 모든 일을 꾸민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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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씨는 계속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지난달 17일과 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탄핵심판 증인신문이 불발된 바 있다./사진=미디어펜 |
또한 헌재 증인신문에 나오지 않고 고씨와 함께 잠적중인 류상영 더블루K 부장에 관하여, 최씨는 이날 “류 부장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더블루K를 폐업하기 한 달 전에 자기 친구라고 잠깐 와서 일을 시키겠다고 한 사람”이라며 “(류 부장과) 전혀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어 “류상영 더블루K 부장이 더블루K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우회지배하는 인투리스 기획안을 보냈는데, (이를) 지시한 적이나 기획한 적이 없다”며 “검사실에 있을 때 검사(신문) 진행 중에 다른 검사들이 (인투리스 기획안을) 갖고 와서 증거라면서 바른 대로 얘기하라고 강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로부터 강압수사를 받는 와중에 고영태의 측근인 류상영 부장이 자신에 대한 모함 진술을 했다는 취지다.
대통령 변호인단과 최씨 변호인 측은 고씨에 관한 이러한 의혹들이 규명되어야 사실관계 확인 및 재판의 공명정대함이 세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6일 오전, 최씨 재판에 서게 될 고영태의 입에 세간의 주목이 쏠려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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