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조선빅3 잇단 수주 낭보에 화색
유가상승, 해양플랜트·상선 수급균형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최근 몇 년 간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국내 조선업계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당장에 뚫긴 어렵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들리는 수주 낭보가 지속된다면 올 하반기에 재도약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의 천연가스 직분사 LNG선 / 대우조선해양 제공

얼마 전부터 해양플랜트 분야는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수요가 살아나고 있고, 상선 분야는 신규 선박 공급이 감소하면서 수급 균형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8일 해양플랜트 설비의 일종인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 수주 소식을 나란히 전했다.

FSRU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기화한 후 육상으로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설비를 말한다. 수주금액은 척당 2억30000만달러(약 2700억원) 선으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에는 이란에서 7억달러(약 8200억원) 규모의 선박 10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초 1년6개월만에 12억7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금액이 5억2000만달러(약 6000억원)에 그쳤던 삼성중공업은 벌써 이달에만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저유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없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12월 액화천연가스(LNG)-FSRU 1척에 대한 계약을 성사시켰다. 역에 1조원대 금액이 걸린 소난골 드릴십(원유 시추선) 인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콘테이너나 LNG 운반선 등 상선 분야가 세계적으로 선복(화물적재 공간) 과잉에 시달렸지만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추세다. 노후 선박이 많이 해체됐고 신규 발주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업계에 부는 훈풍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상승이 주효한 배경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40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50달러 초반으로 뛰었올랐다.

유가가 오르면 시추 사업이 활발해지는 관계로 해양플랜트나 드릴십 등에 대한 수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여기에 세계 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조딤이 보이면서 물동량이 늘어나는 상황도 관련 상선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조선업체가 올해 첫 달 수주실적에서 중국과 일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7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6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 31척)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6만CGT(44척)와 유사한 규모다.

한국의 수주실적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재기화 설비(FSRU) 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석유제품운반선 3척 등 7척으로 약 33만CGT다. 전년 동기 2만CGT(1척)나 전월 13만CGT(3척)에서 많이 증가한 수치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FSRU를 1척씩 수주했고 현대중공업이 탱커선사 DHT와 VLCC 2척 계약을 체결했다. 대선조선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석유제품운반선 2척, 1척을 수주했다.

이와 달리 중국과 일본의 1월 수주실적은 각각 11만CGT(8척), 2만CGT(1척)로 전년 동기 30만CGT(25척), 9만CGT(7척)보다 크게 줄었다. 1월 수주 점유율은 한국 55.5%, 중국 18.3%, 일본 4.1%다.

이는 전체 발주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아직 한 달 실적만 갖고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수주 가뭄을 겪어왔던 우리나라 조선업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업계의 시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수주실적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등 조선업계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고 어수선했지만, 올해 초 잇단 수주 소식에 말그대로 가뭄에 단비와 같은 기대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