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조사·심리 미비…국회 소추절차·소추 사유 치명적 문제점
이번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에 대하여 심판절차 초기에는 인용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 이유는 촛불공세로 인한 국민적 환각상태몰이, 모든 언론의 허위사실에 기초한 경쟁적 기사 양산,대통령에 대한 비법률적 방법의 인상 훼손에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왜곡된 사실관계가 정리되고 국민은 이성으로 되돌아 오고 있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얼마나 허황된 사실에 기초했는지에 관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중요한 것은 아무런 대가 없이 공동체를 걱정하는 태극기집회의 힘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점차 탄핵 기각 예견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탄핵사태는 여러 가지 치명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국회의 소추절차를 보자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있고 탄핵의 목적은 소추대상자의 직무를 박탈하는 데 있다. 그런데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면 소추대상자의 직무박탈이라는 효과가 발생되어 탄핵소추와 더불어 사실상 탄핵결정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탄핵소추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헌법조항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가 탄핵소추를 함에 있어서 법원의 판단에서 요구되는 완벽하고 의심 없는 입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증거조사,심의, 토론 등 절차가 이루어져 사실관계를 합리적으로 확정하고 사후 번복가능성이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할 것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소추행위 자체로 사실상 탄핵효과가 즉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추사유 또한 개별적으로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개괄적, 포괄적 소추결의를 해놓고 이후 소추위원에게 소추사유의 내용을 정하라는 것, 특히 결의된 소추사유 중 일부를 제외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소위 ‘세월호 7시간’과 같이 결의 당시 소추사유 포함 여부에 논란이 있었던 소추사유까지 소추위원이 결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국회는 소추사유에 대한 신중한 증거조사, 심리 없이 소추를 결정했다. 소추의결서에 첨부된 증거 중 그나마 격식을 갖춘 것은 최순실 등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밖에 없고 나머지 증거는 신문기사가 대부분이다. 소추 이후 동시 또는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 청문회다. 국회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하여 관계인으로부터 진술 등 협력을 얻는 절차가 청문회인데 소추 이후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탄핵효과가 즉시 발생하는 소추절차의 엄중성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하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소추를 위한 표결과정에서 국회의원에게 충분한 소추사유의 설명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풍문으로 들었소’류의 인식에 기초해 일단 소추를 해놓고 부랴부랴 진실 여부를 알아보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대한민국 최고 헌법기관에서 발생한 것이다.
 
   
▲ 작년 12월9일 국회는 박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탄핵사에 유래가 없는 졸속 탄핵가결이자 그 자체가 반(反)헌법적이다. 태극기집회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박대통령의 정치생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인 법치주의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소추사유를 보자
 
다른 소추사유는 탄핵의 인용 여부에 별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생각이며, 소추사유로서 의미 있는 것은 이른바 두 개의 재단 모금, 삼성의 최순실, 정유라에 대한 승마 등 지원이다. 이것을 대통령 자신의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와 아니면 대통령이 기업에게 어떠한 대가를 주고 이같은 일을 성사시켰는지에 관한 것이다.그런데 검찰은 이같은 행위를 강요에 의한 행위로 이미 기소를 하였고 특검은 이를 뇌물의 관점으로 수사를 진행하였다는 점이다. 

강요는 말 그대로 겁을 먹게 하는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뇌물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대가관계를 가지고 상호 교환하는 행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상황에 강요와 뇌물이라는 두가지 평가가 양립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국회는 부랴부랴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당시 검찰의 공소장을 증거로 하였다. 

수사기관의 공소가 진실의 확정이 아니며 형사재판에서 무죄로 결론나거나 유무죄의 판단이 상하급 법원에서 달리 나는 상황을 우리는 수시로 보고 있다. 검찰 조차 법률적 평가를 달리 하고 있으며, 국회는 조사 조차 하지 않은 채 검찰 공소장, 그리고 허위사실이 뒤섞여 범벅되어 범람하는 신문기사를 기초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을 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참고로 최근 차명진 전 국회의원이 이른바 '고영태 녹취록'의 대부분을 직접 청취하고 난 뒤 한 평가를 보자. 그의 평가요지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문화, 체육 융성을 위하여 기업의 협조를 받아 재단을 만들었고 최순실이 잘 운영해 갈 것이라고 믿었고 맡겼는데, 최순실의 능력이 모자라 2년간 별다른 운영성과가 없었으며 이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최순실은 능력 있는 김종, 차은택을 영입했고 능력 있는 그들은 제법 괜찮은 사업계획으로 재단 자금을 사용했고, 고영태 등은 도저히 그러한 일을 할 능력이 없어서 몇가지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가 거절되기도 하였고, 차은택 등을 질시하여 그들을 날려 버리고자 이번 폭로를 기획한 것이다. 최순실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최순실은 두 개의 재단을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고자 한 것이지 재단 자금을 착복할 의사는 없었고, 최순실이 개인적 이익을 얻고자 계획한 통로는 재단이 아니라 미얀마 사업이었고 이는 관료조직에 의해 거부돼 무산됐고, 대통령 실세로 파악한 삼성이 먼저 최순실에게 접근하여 최순실은 삼성으로부터 개인적 이익을 대부분 취하려 한 것이다.'
 
탄핵심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보면 이번 탄핵사태의 결론은 자명하다.마땅히 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고려할 점 몇가지를 보태면 다음과 같다. 탄핵결정이라는 것이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임기제 임명권력이 그 직무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아야 한다. 이러한 민주적 정당성의 질과 양을 고려할 때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당까지 해산할 수 있는 헌재의 권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우리 헌재 재판관의 구성방법을 선출제와 종신제로 하여 권한과 민주적 정당성 간의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는 헌법학계의 견해도 경청하여야 할 것이다.
 
같은 이유로 대통령의 위헌, 위법행위가 반헌법적 의사 또는 행위가 전면적, 적극적으로 표출되었다는 판단이 가능할 때 비로소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토수호의지의 결여, 시장경제의 부정,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부정 등 우리 헌법의 상위가치를 부정하여 국가 자체의 유지와 존속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 국가원수 탄핵사유를 자제적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실론적 기각 이유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기초 적극적 권한행사를 예정한 시기가 아니라는 점, 이미 이 사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었다는 중론을 고려할 때 정치적 해결의 전형적 방법인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사법적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탄핵 인용으로 인한 극심한 국론분열, 사회통합 붕괴의 우려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가 현존하는지 여부도 중대한 고려요소로 작용하여야 할 것이다. 뇌물 또는 강요, 그것이 무엇이 됐는 그러한 상황이 현재 존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탄핵은 현재 직무를 계속시키면 헌법적 위험이 있다는 판단하에 그 직무를 박탈하는데 있는 것이지 과거의 행위를 탓하여 형벌을 과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비로소 우리 사회가 이성으로 회귀하는 시점에 와 있고 반가운 일이다. 또한 헌재의 의사를 추정해 보면 이른 시기에 탄핵심판의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반목과 분열이 아닌 사회통합과 국가유지라는 고도의 가치를 판단의 전면에 내세우길 바란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