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으로 가는 길' 모델·50년 넘은 영국의 쉘터…민간단체 자발적 지원 촉진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심지어 자기자신을 버리기까지 하는 노숙인들은 심리적·경제적인 면에서 누구보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의존증·우울증으로 건강을 해치는 이는 물론이고 사업 실패로 생계를 꾸리지 못해 거리로 나앉은 이, 실패 후 대인기피증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숙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에 미디어펜은 재기에 성공해 반전의 삶을 살고 있는 노숙인들의 사례와 이들의 걱정을 덜어준 정부·지자체 지원정책을 상세히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노숙인들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통해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자립의 의지를 다짐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연중기획-아름다운 동행]-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요"

[노숙인④]한국은 자립 vs 해외각국 '주거'에 초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노숙인 관리정책에 있어서 상당수 해외각국은 '영구주거 확보'에 초점을 두었으나 한국은 '자립'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스웨덴·핀란드·프랑스·영국 등에서는 노숙인들이 자신의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한국은 '자립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노숙인 상태에 따라 단계별로 관리하는 것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펴낸 '노숙인 복지시설 기능강화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거리 노숙인들이 종합지원센터에서 맞춤별 사례 관리를 통해 요양시설에서 재활시설, 재활시설 후에는 자활시설로, 마지막으로 자립이라는 단계를 통하고 있다.

2012년 시행된 복지시설 기능개편에 따라 우리나라의 노숙인 관련시설은 일시보호시설과 요양시설, 재활시설, 자활시설로 정리되기도 했다.

2012년 6월 마련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숙인 정책은 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하고 자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 사회로의 복귀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노숙인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실태조사와 종합계획을 수립, 실시하고 노숙인시설을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서비스는 재가 및 지역사회 중심이라기 보다는 시설 중심의 제도화된 서비스다. 다만 한 시설에 다양한 욕구를 가진 노숙인들이 함께 지내고 있고, 금주 등 행동의 제약을 노숙인시설 입소 조건으로 삼는 특징을 보인다.

   
▲ 사진은 노숙인 공동작업장 ‘은평의 집’ 현장 모습. 거리노숙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당일 작업을 마치고 현장에서 현금을 직접 지급한다./사진=서울시 제공


미국은 노숙인에 대해 보호의 연속성 모델(Continuum of Care: CoC)과 집으로 가는길(Pathway hosing)모델을 통해 '선 서비스-후 주거' 정책을 초점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최종 목표는 노숙인 자신의 독립된 주거 공간을 얻고자 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수준별 치료나 단계별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해당 주거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집으로 가는길' 모델은 미국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수행되면서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시도하는 사례로 자리잡았고, 유럽의 주거 우선(housing first) 모델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유럽의 '주거 우선' 모델은 미국의 '집으로 가는길' 모델이 만성적인 노숙인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주거를 먼저 지원한 다음 노숙인들의 상태에 따라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선 주거-후 서비스'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 유럽에서는 노숙인 정책을 미국의 '보호의 연속성' 모델(일종의 계단식 정책: Staircase)에서 '주거 우선'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다. 

뚜렷한 이유 없이 사회문제도 없는 노숙인이 많아진 스웨덴의 경우, 자신의 가정 만들기와 코디네이터 운영을 통해 주거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핀란드는 노숙인들에게 우선 자신만의 주거공간을 제공한 다음, 이들의 욕구에 맞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란드의 주거우선전략에 따라, 이들은 자신의 주거 공간에서 만큼은 술을 마신다거나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등 사생활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

다만 핀란드 노숙인들은 자신의 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서비스와 관련해 지역커뮤니티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퇴출자 예방책 또한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달 23일 열린 서울시 취업취약계층 일자리박람회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법률상담 받으며 구인부스에서 알아보는 참석자들 모습./사진=미디어펜


프랑스는 주거빈곤층 민간네트워크를 정부가 지원하면서 민간의 자발적인 자립을 통해 주거 문제까지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한국의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처럼 파리역 등 대규모 공공역사에서의 노숙인에 대해서는 자선단체의 직접적인 대응을 지원함으로써, 노숙인 스스로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에 힘쓴다.

영국의 경우, 노숙인들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전문가그룹이 중심이 되어 1966년 결성된 민간단체가 주도하여 이들을 지원·대응하고 있다.

관료적 복지제도가 가족을 해체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태동한 쉘터(Shelter)는 영국 각지 50여개 등 웬만한 도시에 쉘터 지부가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인지도가 높다.

이 단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주거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주거지원센터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홈리스 주택에 대해 연간 17만 6000명의 노숙인과 주거빈곤층에게 전문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0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쉘터는 지방정부의 시민봉사실(Citizen Advice Bureaux)과 협력하여, 시정부와 공동으로 원스톱 사무실을 만들어 일원화된 노숙인 정보제공체계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한편 체코는 프라하시를 중심으로 임대아파트 등 노숙인시설 이외의 주거지원을 활발히 하고 있는 가운데, 공유수면을 이용하여 선박을 개조해 노숙인시설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분권체제인 독일은 지방정부가 노숙인 관련 예산을 제공하고 그 외는 민관협력을 통해 종교계가 소속시설의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