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개입·불공정 경쟁 유발 등 한계 지적
석유공사 "가격인하 효과 있었다" 내달 중 입찰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정부의 5차년도 알뜰주유소 유류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가 임박한 가운데 석유공사와 주유소 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경쟁을 촉진하고 가격인하에 기여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과잉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매년 폐업하는 주유소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정부의 제5차 알뜰주유소 유류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가 임박한 가운데 석유공사와 주유소 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알뜰주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21일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과 관련 “오는 8월 말 입찰 마감이어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순께 발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오는 8월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계약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입찰공고를 내고 새 유류공급사를 선정해야 한다. 이번 입찰부터는 신규 계약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의무 구매비율 또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값을 잡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알뜰주유소는 현재 사업 5년째를 맞이했지만 매번 사업자 선정 시기마다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가 반발해 왔다.

특히 주유소 업계는 알뜰주유소 사업이 최저가 입찰제로 진행되는 사실상 운영 과정에서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석유공사의 시장개입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극심한 주유소 업계의 불공정 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줄이고 유류세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알뜰주유소에만 세제혜택 등 지원을 하고 있어 인근주유소는 판매량 및 매출이익 감소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반주유소의 휴폐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업계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석유공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사는 "알뜰주유소가 지난 5년간 운영 결과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촉진하고 국내 주유소가 평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정책적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는 또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판매가격 차이는 3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인근주유소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조7000억여원의 소비자가격 인하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알뜰주유소 사업자가 초기에 받는 세제혜택과 관련해서도 해명했다. 석유공사는 “초기 세제지원(알뜰사업초기 한시적 소득세 감면 등) 있었으나 현재는 세제혜택 종료됐고 브랜드 전환지원금도 최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알뜰주유소 때문에 일반주유소의 휴·폐업이 증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유소 경영난의 근본원인은 주유소 난립에 따른 것이며, 알뜰주유소 정책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신규 알뜰주유소 시장진입으로 기존주유소의 휴·폐업이 증가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유소 업계는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통한 시장개입 중단 및 출구전략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마진이 워낙 적은 상황에서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의 경영난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기름값이 비싼 근본적 원인은 유류세 때문인데 정부가 업계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현재 1만2000여 주유소 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으로 주유소 영업이익률이 1%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류세 인하 움직임도 추진되고 있다. 국내 일반 휘발유의 세금비중은 60% 수준으로 휘발유 1ℓ를 1500원에 주유할 경우 세금은 약 900원으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알뜰주유소가 도입될 당시 유가 상황과 비교했을 때 현재는 저유가인 상황에서 앞으로 유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없 알뜰주유소 효과가 크지 않을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한지 5년이 넘었지만 알뜰주유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시행 초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현재 50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똑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유사와 대리점의 재고처리는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가격차를 좁혀 알뜰주유소는 무용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을 시장에 맡겨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정서”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