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철강, FTA 재협상 악재 '비상모드'
양국 관심사항 논의…합의 없이 개정 불가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로 자동차와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완성차 업계와 이미 수입 규제로 상황이 좋지 않은 철강업계는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비상모드에 돌입했다.

   
▲ 한미 FTA 재협상 요구로 자동차와 철강 업계가 직격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사진=미디어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미국은 공동위원회에서 그동안 여러차례 지적한 한미 FTA로 인한 자국의 무역적자 확대를 이유로 개정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사례로 꾸준히 지적한 자동차와 철강 무역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위원회는 협정의 이행을 감독하고 협정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 해결을 논의하는 기구로, 양국은 공동위를 통해 협정의 개정을 검토하거나 협정상의 약속을 수정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국의 주장대로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무역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자국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한미 FTA 발효 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증가율(37.1%)은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12.4%)보다 3배 가까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초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한국의 강도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로 불이익을 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환경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더라고 국내 완성차 업계에 큰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들은 남아 있다. 이런 부분들이 시장의 위축을 초례할 수 있어 실적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악화와 함께 임단협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등 다양한 악재로 하반기 역시 좋지 않은 실적이 예상된다"며 "아직 정확히 어떠한 방향성도 나오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빠른 대처를 위해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은 한국산 철강제품의 덤핑과 한국을 통한 중국산 철강의 우회덤핑도 큰 문제로 제기했다./ 사진=한국철강협회 제공

이미 미국의 수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더 암담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또 지난 4월에는 현대제철 및 넥스틸의 유정용강관에 각각 13.8%, 24.9%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달 중에는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FTA가 개정이 돼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무관세 원칙이 깨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큰 걸림돌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는 추가 관세 부과, 수입 물량 제한뿐 아니라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까지 허용하고 있어 발동시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는 수입품에 대해 특별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철강을 겨냥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지에 대해 검토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한미 FTA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상당히 명확하다"면서 "다만 우리 정부가 미국이 과도하게 반덤핑 제소를 하는 것과 관련해 제대로 업계의 입장을 반영해 줄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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