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발견된 '삼성 승계' 문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고 작성자인 전직 행정관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되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증인소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검은 지난 21일 재판에서 우 전 수석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다는 행정관들의 진술조서와 청와대로부터 받은 문건 16건을 추가증거로 제출했고, 25일 열리는 재판에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 최모 전 행정관을 차례로 증인으로 부른다.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두 사람을 상대로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을 실제 작성했고 이에 관여했는지, 작성 경위는 무엇인지 확인할 예정이다.

관건은 다음달 7일 변론 종결까지 기한이 촉박한 가운데 재판부가 특검과 변호인 양측의 추가증인 소환을 통해 문건의 증거능력 인정 및 채택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점이다.

특검에게서 문건을 넘겨 받아 수사에 들어갔던 검찰은 작성에 관여했던 행정관들을 상대로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삼성 경영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21일 문건에 대해 "아직 전혀 검토하지 못한 상태"라며 "(증거 동의 여부에 대해) 즉시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문건 작성에 개입한 당사자들의 25일 재판 증인신문 내용에 따라 '우 전 수석 지시'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시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삼성 승계관련 청와대 문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행정관 당사자들이 증인신문에서 '우 전 수석 지시로 작성했다'며 구체적인 작성 경위를 밝혀야 우 전 수석의 증인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삼성 측 변호인단에서 문건 내용과 청와대 입수-제출 과정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위법 수집' 여부를 가리려고 나설 경우, 특검과의 공방으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가 문건에 나온 각 내용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거나 삼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문건 내용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및 이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직접 증거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판부가 결론을 내리기에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다. 재판부는 27~28일 피고인 5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예고했고 다음달 2일 두 차례 증인신문이 불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한다.

이에 따라 다음달 1~2일로 잡혔던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의 공방기일이 다소 연기됐고 결심공판 또한 다음달 4일에서 7일로 바뀌었다.

결심공판까지 2주 남은 이 부회장 재판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의 증거능력 입증과 그 채택을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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