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모든 질병에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보장성 강화정책 '문재인 케어'가 지난 9일 본격적인 발을 내딛었지만 풀어야 할 의료계·재정 숙제가 만만치 않아 그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기존 3800여개 비급여진료 항목에 대한 '표준화'를 통해 모두 급여항목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술적 난관은 물론이고, 불분명한 재원조달책 및 의료계 불만과 환자 의료쇼핑을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비급여진료-급여항목 전환의 경우 자기공명영상(MRI)과 대학병원 선택진료비(특진비), 로봇수술 및 2~3급병실 등 3800여개 진료 항목을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표준화를 이루어야 한다.

문제는 3800개 비급여 항목들의 가격 결정·비용 구조와 실제 내용이 각 병원·의원별로 천차만별이라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같은 진료라도 병원별로 최고 70배의 진료비 차이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의 수가를 표준화하는 작업은 지난 수십 년간 출발조차 못했다.

역대 정권 모두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에 나섰지만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 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정권을 놓은 후인 5년 뒤 재정전망은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8월9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는 자리를 갖고 임기 내 30조6000억 원을 투입해 모든 질병에 건강보험 혜택이 부여되는 정책을 발표했다./사진=청와대 제공


재정 전문가들은 현 정부 5년간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또 다른 부담만 지울 수 있다는 경고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에 밝힌 '2016~2025년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도 2023년경 바닥나는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 들어서면 20조1000억원 적자로 돌아선다고 관측됐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는 고령화 폭이 커지면서 노인 의료비가 폭증하는 것이 꼽힌다. 기재부는 노인 1인당 급여비가 2016년 96만원에서 2025년 180만원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봤다.

일부 재정전문가들은 2022년까지 기재부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매년 건보재정에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재정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기존 비급여 항목을 전환해 건강보험 급여를 늘리면 뒷감당이 안 될 것이라는 지적도 분분하다.

의료계는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재원 조달책이 불분명해 '건보료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건보료에 대해 현재 인상률보다 2배 이상 높은 매년 3% 인상을 예고했지만 국민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할 마지막 난제로는, 수가 하락에 따른 의료계 불만을 어떻게 가라앉히고 환자들의 과도한 의료쇼핑을 어떻게 방지할 것이냐가 꼽히고 있다.

   
▲ 정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30조6000억 원을 투입하고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확대하는 재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사진=청와대 제공

우선 선택진료가 폐지되고 비급여의 표준화에 따라 수가가 하락되면 의료계 파이 자체가 줄어들어 의료계 종사자들의 불만이 팽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업계는 협력업체 납품업체 등 관련 기업들을 포함해 의료계 일자리가 최소 20%에서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화로 의료비용이 저렴해지면 환자의 의료쇼핑 수요가 폭증해 도덕적해이 현상이 만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와 관련해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할 수 있을 정도로 보험재정이 여유있다 하더라도 보험제도 원리상 모든 사항을 급여화한다는 것은 그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면 비용부담이 적어진 국민의 과도한 의료쇼핑으로 이어져 정부가 의도하는 전체 국민의료비 절감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10일 성명서에서 "한국 의료수가는 OECD국가 중 최하위"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료의 질 보장이 없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필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을 세계 각국과 비교해 최고·최대의 혜택을 주는 공적보험으로 꼽고 있다.

이를 더욱 확대하려는 '문재인 케어'가 국민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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