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급제 이용 비율 10%도 안 돼…전 세계 평균 61% 달해
이통사, 제조사 매출 감소 및 유통망 붕괴 이유로 자급제 반대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최근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 최근 국회 등을 중심으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8일 이통사의 단말기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달 중 단말기 완전 자급제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 역시 관련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말기 판매는 판매점에서, 통신 서비스 가입은 이통사 및 대리점에서 담당하도록 구분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등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직접 구입한 다음 원하는 통신사의 유심칩을 사서 끼우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는 통신비가 내려갈 것이라는 게 완전 자급제 도입 찬성측의 입장이다.

지난해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자급제’ 이용 평균 비율은 61%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8%에 불과하다.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 90% 이상이 이통사가 운영하는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자급제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는 이용자들의 고정화된 소비 패턴 때문이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 도입된 2세대 이동통신(2G)은 단말기와 유심이 결합된 CDMA방식이었다. 유럽 등지에서 단말기와 유심이 분리되는 GSM 방식을 채택한 것과 전혀 다르다. 즉 우리나라에서 특정 통신사에 가입하려면 해당 대리점에 가서 휴대전화 기기를 구매해야만 했다. 

기술 발달과 환경 변화로 ‘자급제’가 도입될 수 있는 상황에는 놓였지만, 이미 자리잡은 소비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통사 및 제조사의 변화 의지 또한 부족하다. 이통사들은 매출 감소, 유통망 붕괴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통시장 1위 사업자 SK텔레콤만이 최근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4일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 출시 기념행사 이후 기자들을 만나 “시장이(단말기 완전 도입제를) 원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휴대전화 유통업계 또한 ‘생존권 위협’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급하던 각종 장려금(리베이트)과 수수료 등을 받지 못하면 줄도산 위기에 처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같은 피해는 대형 유통업체보다는 영세 유통업체들이 짊어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이통시장 관계자는 “완전 자급제가 경쟁 활성화를 유도해 휴대전화 가격을 내릴 것이라는 마냥 낙관적인 태도는 곤란하다”며 “기존 휴대전화 이통 시장의 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일인 만큼 이해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고민 역시 수반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