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전략폭격기 B-1B랜서를 동원한 미국의 무력시위에 북한이 "영공을 넘지 않아도 타격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더욱 첨예해진 북미 관계에 한반도 긴장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영공계선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고, 이에 미국은 "선전포고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앞서 미국과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를 언급하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취할 뜻을 밝히고 리용호 외무상이 태평양 상에서 수소탄 시험을 감행할 것이라며 말폭탄을 주고 받아 첨예한 기싸움을 벌였다.

말폭탄으로 시작한 북미 간 긴장과 미국의 대북 군사압박은 오는 10월 미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를 위시한 항모전단이 동해 NLL 인근까지 전개해 한미연합훈련에 나설 계획인 것을 감안하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 또한 25일(현지시간) 이날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옵션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건은 미국과 북한이 각각 어떠한 군사옵션을 갖추고 서로를 협상테이블로 앉히기 위한 줄다리기를 벌이느냐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도발 징후를 고려해 다음 압박카드로 핵추진항공모함 및 이지스함으로 구성된 함모전단뿐 아니라 F-35B F-22 스텔스전투기 및 B-52 B-2 등 전략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도 전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단독으로 군사대응한 이번 B-1B랜서 무력시위에 주일미군기지의 F-15C와 조기경보기, 수송기 및 공중급유기 등 20여대를 참여시켜 김정은 참수작전을 방불케 했다.

   
▲ 전략폭격기 B-1B랜서를 동원한 미국의 무력시위에 북한이 "영공을 넘지 않아도 타격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북미 관계는 더욱 첨예해졌다./사진=연합뉴스

높아지는 대북충돌 위협 속에 트럼프 정부는 군사적 해법을 최후 순위로 놓은 채 이를 배제하지 않고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한 컨퍼런스에서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기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맞선 북한은 26일 "언제든지 미국과의 결전에 진입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반미 대결전에 나서자고 2000만 인민을 독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용호 외무상이 앞서 '태평양상 수소탄 시험'을 암시한 만큼, 성능이 검증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탄두 기폭실험을 태평양 상에서 할 가능성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 여건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북미 간 말폭탄에 대해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안보리 결의 이행 수준과 그에 대한 북한의 도발 대응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서 소장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북한포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열릴 당대회 개막을 앞두고 '대북해결' 메신저로 나설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공격 기미를 보일 때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북한과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옵션 수위에 따라 최고조에 달한 북미 간 긴장이 어떻게 풀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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