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기존 변호인단의 총사퇴로 재판부가 25일 직권으로 국선변호인단 5명을 선정한 가운데, 향후 재판이 정확히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필요적 변론' 사건인 것을 감안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여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한지 9일만에 국선변호인들을 정했다.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관할 내 국선변호사 중 본인 의사와 연차·경력을 고려해 역대 최다인 5명의 국선변호인을 정했지만, 이들이 관련서류를 검토하고 재판진행 상황을 파악하기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들은 선정 후 곧바로 수사·재판기록 확보와 내용파악에 들어갔으나, 수사기록만 해도 12만쪽을 넘고 정치사회적 파급력이 큰 형사재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 정상화는 11월 중순을 넘겨야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선변호인단이 살펴봐야 할 혐의 및 증거·증인의 수도 현재 진행중인 다른 어느 재판보다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당분간 공전하게 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국선 변호인이 사건 파악을 마친 뒤 재판 날짜를 잡겠다"고 밝혔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25일 국선변호인 5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31일 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신상털기 등 변호인 선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재판부는 이들 국선변호인단 5명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를 박 전 대통령 재판 재개 전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관건은 재판부의 속행 의지와 별개로, 선정된 국선변호인단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응하고 준비할지 여부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 없이 궐석재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은 궐석재판에 대해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계속 거부하고 교도관이 강제로 데리고 나올 수 없을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 총사퇴 후 국선변호인에 대해 접견을 거부할 뜻을 밝혔고 3차례 무단 불출석한 전례가 있어,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 커지고 있다.

향후 박 전 대통령이 의료기록 등 근거자료 없이 불출석을 이어가면서 교도소의 구인영장 집행을 연달아 거부할 경우 궐석재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앞서 신청했던 증인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궐석재판에서라도 증인신문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사건을 병합하여 재판 받던 최순실씨 측은 재판부에 정식으로 사건 분리를 요청할 방침이고, 재판부 또한 이를 수용해 최씨에 대한 심리가 마무리되는대로 박 전 대통령 사건과 분리해 먼저 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그동안 결심을 미뤄온 핵심 공범들의 심리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파행이 불가피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국선변호인단의 재판상황 파악이 언제 끝나고 재판부가 궐석재판으로 진행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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