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부문 슈퍼사이클 진입… 제품 수요 증가 전망
화학-정유업계, 공장증설·인수합병 등 투자 가속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지난해 세계 경기회복과 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화학업계와 정유업계가 장기호황(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 업계의 석유화학부문 투자 경쟁에 따른 성과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업포트폴리오 개편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업황이 경기에 둔감한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정유부문을 앞선다"면서 "화학·전기차 배터리 등 비정유부문 확대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누적 영업이익의 62%, 38.7%가 비정유부문에서 발생했으며, 같은 기간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역시 비정유부문 비중이 각각 64%, 3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까지 배터리·화학 등에 10조원을 투자, 서산 배터리공장 생산설비 증설을 비롯해 헝가리 생산공장 신설 및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생산설비 증설을 예고했다.

또한 지난해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인수한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통한 고부가 보장재 사업 확대 및 파트너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화학사인 시노펙이 합작한 중한석화 생산기지 전경./사진=SK종합화학


2016년 비정유사업 강화 프로젝트팀인 '위디아'를 출범시킨 GS칼텍스는 중국(2006)·체코(2011)·경남 진주(2013)·멕시코(2016) 등에 복합수지 생산거점을 두고 있으며, 전남 여수에 5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이 올 상반기 상업가동을 시작한다.

바이오부탄올은 볏집·폐목재·해조류 등에서 추출한 포도당 및 박테리아로 제작하는 액체 연료로,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 등과 함께 3대 바이오에너지로 꼽힌다.

에쓰오일은 4조80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가 올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폴리올레핀(PP)·폴리프로필렌(PO)를 비롯한 화학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도 OCI와 2600억원을 투자해 만든 현대OCI의 카본블랙 생산공장이 올 상반기 상업가동을 개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향후 카본블랙 생산량 5만톤 증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에서 나오는 콜타르·원유 정제 부산물인 슬러리오일 등으로 만드는 카본블랙은 타이어·고무 등의 강도를 높이는 배합재 원료로 사용되는 탄소분말이다.

화학업계도 시설투자와 인수합병(M&A)을 단행·예고했다.

LG화학은 전남 여수 공장에 3000억원을 투자, 2019년까지 아크릴산 생산량을 18만톤에서 70만톤으로, 고흡수성수지(SAP)는 10만톤에서 50만톤으로 늘릴 방침이다.

SAP의 주원료인 아크릴산은 아크릴섬유·도료·접착제·코딩제 등에 활용되며,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만드는 SAP는 유아·성인용 기저귀 및 여성용품 등에 사용된다.

또한 지난해 폴란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엘지 켐 브로츠와프 에너지'에 4360억원 출자 및 8720억원 채무보증을 서는 등 배터리부문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고부가 첨산소재 연구개발센터 건립·친환경 가소제 공장 증설 등을 위해 나주공장에 23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 LG화학 연구원들이 고흡수성수지(SAP)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LG화학


롯데케미칼은 올해 중으로 북미 에탄크래커 합작사업과 여수공장 에틸렌 설비 증설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증설로 에틸렌 생산량이 45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법인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의 납사크래커(NCC) 설비가 기계적 준공을 완료했으며, 20만톤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설비도 올 상반기 기계적 준공이 예상된다고 롯데케미칼은 설명했다.

한화토탈도 충남 서산 대산공장 증설에 3620억원을 투자, 합성수지사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공장은 2개의 촉매·반응기를 활용하는 ADL공법을 도입, 파이프·연료탱크 소재 등으로 쓰이는 메탈로센폴리에틸렌(mPE) 및 필름·플라스틱 용기 원료 등으로 사용되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북미 지역에서 에탄분해시설(ECC)가 대규모로 증설돼 공급과잉이 예상된다"면서도 "여전히 제품 수급이 타이트하고 재고 수준도 낮아 실적이 기대되며 공급과잉의 영향이 적은 ABS·PVC 등은 견조한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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