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 차입금 만기 가까스로 연장
근로자 임금 30% 삭감…고통분담 필요
   
▲ 산업부 최주영 기자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자승자박(自繩自縛)’. 자기가 만든 줄로 제 몸을 스스로 묶는다는 뜻이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신이 구속돼 곤란을 겪는 것을 일컫는 사자성어로 최근 금호타이어 노조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만기를 가까스로 연장하고 외부자본유치를 통한 경영권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측의 반대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한마디로 '풍전등화'의 상태다.

앞서 사측은 생존을 위해 1483억원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고 이미 사무직들은 임금 반납과 희망퇴직으로 몸집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또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 30% 삭감과 199명의 정리해고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노사대립에 시간을 쏟을 처지가 아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5년부터 3년 연속 500억~6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누적손실은 509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장 지난달과 이달 급여, 그리고 정기상여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유동성이 바닥난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는 단 1원의 임금 삭감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영악화의 원인이 경영진의 무능에서 비롯됐으니 직원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식이다. 지난 24일에는 사측의 자구안 이행 움직임에 반발수위를 높이기 위해 한차례 파업을 감행했다. 급기야 1월 상여금도 받지 못하자 김종호 회장을 임금체불로 형사고발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황이다.

   
▲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임금삭감,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상경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호타이어 노조의 이같은 몸부림을 두고 업계는 '자승자박'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노조는 4년간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끝낸 2014년과 2015년 잇따라 파업을 결의해 매출 손실을 발생시켰다. 회사 경쟁력과 재무상태 악화의 책임을 일정부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얼마 전에는 금호타이어로부터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가 사측으로부터 급여를 전면 공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측이 공개한 생산직 노조의 연간 급여는 6900만원으로 별도 상여금 800%를 포함해 각종 혜택을 받고 있다. 회사가 적자인데도 불구, 단 1원의 급여도 양보할 수 없다는 노조의 욕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급기야 금호타이어가 3월부터 타이어 공급가 인하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되는 추세로 공급가를 올려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가격 인하를 택한 것. 금호타이어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내려서라도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필사적 몸부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뼈를 깎는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노동조합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노사는 30일 임금 협상을 위한 단체 교섭 결과도 내심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노조에 자구계획에 대한 동의를 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노조에게 허락된 시간은 내달 18일까지다. 이날까지 노사합의서가 포함된 경영정상화 계획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부도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번 교섭을 끝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짓고 하루빨리 자구안 이행을 위합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최근 삼성중공업 노조는 거제지역 내 소외이웃에게 써달라며 2억56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회사는 경기 불황에 따른 수주 절벽으로 임직원 급여 삭감에 이어 지난달부터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순환 휴직에 돌입했고 재계는 일제히 박수를 보내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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