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당기수지 흑자, 3조에서 7000억으로 1년만에 77% 감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비급여 항목을 대폭 줄여 전면 급여화를 목표로 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문재인 케어'가 지난 달부터 본격 시작된 가운데, 건강보험료 당기수지 적자전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 재정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2017년 재정집계 자료에 따르면, 건보 당기수지 흑자가 2016년 3조 856억 원에서 2017년 7077억 원으로 77% 감소했다.

건보공단은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누적 수지가 20조 7733억 원에 달하지만 2014년(4조 5869억 원)을 정점으로 흑자 폭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올해부터 당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5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수지 추이' 자료에서 "문재인 케어를 실시해 2022년까지 보장률을 70%로 올리면 의료비가 예상보다 더 크게 증가할 것"이라면서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19년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준비금은 2026년 소진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재정추계' 보고서에서 문재인 케어에 대해 "당기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2019년에 2018년 인상율(2.04%)의 3배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건보 재정 흑자 폭은 이보다 더 빨리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건보재정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로 본인부담비용이 줄어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크게 늘어날 경우 전체 의료비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고가 의료서비스 남용 및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문재인 케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관계자는 "건보 지출 관리 차원에서 경증환자 의료이용을 억제하고, 요양급여비용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비효율적인 의료비 남용을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열린 '건보공단' 업무보고에서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정책적 기대와 재정마련 등 후속대책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9일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임기 내 30조6000억 원을 투입해 모든 질병에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청와대 제공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급여를 급여화해도 수가가 원가의 80~90%에 불과한 '저수가'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5년 후 건보 재정 절감액이 연간 1~2조에 불과해 매년 7~10조 이상의 정부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에 대해 "진찰료 입원료와 같은 기본진료 수가가 원가의 50~54%이고 수술 처치 검사를 합한 전체 수가는 89%"라며 "건보 수입으로는 어느 병원이든 적자를 면치 못 한다"고 밝혔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지난달 3일 한 인터뷰에서 "간호간병 서비스·의료 신기술 도입 등 건보료 상승 요인이 많다"고 인정했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오는 8~9일 문재인 케어 관련법안 심사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주관한 건보공단 업무보고에서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년 건보료 인상률이 정부가 처음 이야기한 것보다 1.16% 부족한데 이를 내년에 올리느냐"고 묻자, 김용익 이사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설계할 때 잠정적으로 추계해 당초 보건복지부가 가정한 수치대로 똑같이 나올 수 없다"고 답했다.

향후 보장성 강화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의 가파른 상승에 대비해 정부가 건보 지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보장성 확대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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