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미국 뉴욕에서 굴지의 금융사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노스다코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하 3km에 위치한 셰일 암반층에 파이프를 투입한 뒤 'ㄴ'자 형태로 파이프를 펼쳐 물·화학물질·모래 등을 혼합한 고압의 액체를 바위에 분사, 석유와 가스를 분해하는 '프래킹' 공법을 활용한 셰일가스 시추에 성공한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의 25%가 넘는 2만6000k㎡에 달하는 베켄셰일을 시작으로 펜실베니아·휴스턴·오클라호마 등 미국 전역에서 셰일가스를 시추하면서 △휴스턴 인근 프리포트 △루이지애나 주 사빈패스 및 카메론 △메릴랜드 주 코브포인트를 비롯한 LNG수입용 포트를 수출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가스와 오일이 혼재돼 있으며, 미국의 셰일가스 부존량은 115억7000만톤이라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각각 200년·100년 사용할 수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EIA는 천연가스 수입량은 지난 2015년 5360만톤에서 내년 4600만톤으로 줄어드는 반면, 같은 기간 수출량은 3460만톤에서 851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 원유 생산량과 수출량은 2016년 대비 일일 50만배럴 가량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원유수출국 역시 27개국에서 37개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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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천연가스 수입·수출량(단위 : 만톤·2017년 이후는 전망치)/자료=미 에너지정보청(EIA) |
이처럼 미국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원유 순수출국으로 변하면서 이에 따라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 대비 0.4% 하락한 62.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런던 선물거래소에서는 브렌트유가 0.2% 하락한 66.05달러에 거래됐으나, 두바이유는 1.1% 상승했다.
업계는 이와 관련해 세계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비 OPEC산유국들이 재정적자 완화 등을 이유로 감산을 지속하지만 셰일가스 생산량 증대로 상승 폭이 억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전에는 중동의 감산 여부에 따라 석유값이 요동쳤으나 미국이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된 것이다.
특히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 등 '2차 셰일혁명'을 통해 셰일가스의 채산성이 향상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만 넘어도 수익을 낼 수 있어 OPEC 및 비 OPEC 산유국들이 증산을 통해 셰일가스 업계를 고사시키기도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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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텍사스 주 휴스턴 인근 프리포트 액화천연가스(LNG)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
업계는 이들 국가들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인 현재도 상황이 녹록지 않아 석유화학·방산·신재생에너지 등 '탈석유'를 외치는 가운데 가격을 손익분기점 혹은 그 이하까지 낮추는 '치킨게임'을 벌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베네수엘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석유로 경제를 지탱하던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정치 및 경제 불안이 발생한 바 있다.
한편 전 세계 매장량의 9%에 불과한 셰일가스를 지닌 미국이 생산량의 91%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생태계 구축 및 개발친화적인 정책 덕분인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화만 걸면 시추에 필요한 각종 장비 및 인력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지하 광물권의 소유권자가 다른 것도 개발의 속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땅 소유자가 지하 광물권을 가진 곳으로, 업체는 국가와 복잡한 협상을 진행할 필요 없이 땅 주인에게 리스요금 및 생산된 원유 혹은 천연가스의 8%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하면 시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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