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기조 지속…한국 원전 관련 '의심' 우려
K2 흑표 납품 계획 급변경…생산업체 도산 가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키면서 에너지·방산 등의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정작 해당 산업분야의 경쟁력 강화에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들은 배럴당 140달러를 기록하던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전·방산·석유화학·조선·자동차·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 육성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에서 셰일오일이 본격 시추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비OPEC 산유국이 미 셰일업계를 고사시키기 위해 벌인 '치킨게임'에서 미국이 사실상 승기를 잡으면서 생긴 것으로, 특히 사우디는 2016년 4월부터 제1왕위 계승자 주도로 '비전2030 경제개혁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 장관 등 UAE 연방 및 5개 부처 장관을 만나 원전 설계·핵연료 분야 협력 강화 및 사우디와 영국을 비롯한 제3국 원전사업 공동진출을 추진키로 했으며,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무인시스템 전시회인 'UMEX 2018'에 참석해 양국간 방산물자 교역 확대 등도 논의했다.

UAE 및 사우디 방문을 앞둔 지난 14일에는 사우디 원전 수주지원의 본격화와 산업부 내 관련 태크스포스(TF)를 언급하면서 이들 국가가 관심을 가질 만한 협력사업의 적극 발굴을 주문하기도 했다.

   
▲ 26일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한화·한화시스템·한화지방방산·한화디펜스 등 한화그룹 방산계열사들은 사우디아바리아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인 'AFED 2018'에 참가, △다련장 '천무' △'K9' 자주포 △열상감시장비(TOD) △신형 6X6 차륜형 장갑차 △비호복합 등의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LIG넥스원 역시 UMEX 2018과 AFED 2018에서 휴대용 감시정찰로봇·근력증강로봇·무인수상정 및 잠수정·정밀 유도무기 등의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면서 중동 마케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공기업 및 방산업체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수출 독려와 엇갈린다는 지적이다.

원자력 업계는 한국형 신형 원전인 'APR-1400'의 기술력 우위 및 '세일즈 외교'에 힘입어 원전 수주 관련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에서 탈원전 기조가 이어지면 최근 101번째 원전을 건설한 미국이나 '원전 굴기'를 선언한 중국 등 경쟁국에 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정성 검사 및 보수 작업 등에 평소 대비 4배 가량 시간을 더 소요하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탈원전 반대를 주장했던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 외국에서 한국 원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 한국형 신형 원전 'APR 1400' 모형도/사진=한국수력원자력


국내 방산업체들이 K2 흑표전차 생산 계획까지 잡아 놓은 상항에서 국방부가 미국 아파치 공격헬기 구매로 선회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방산업계는 미국의 통상압박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과 함께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회장이 직접 방한해서 수주 활동을 전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10년 육군의 노후 전차 교체 목적으로 2023년까지 K2 흑표를 납품받기로 결정해 업체들이 양산에 들어갔으나, 급작스레 계획이 변경되면서 특히 영세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도산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등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경영난을 겪는 분야는 내수시장이 부족해 수출이 저하되면 직격탄을 맞는 공통점이 있다"며 "국내에서 실적을 쌓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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